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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의 배신>난 완벽하지 않아…인정하고 나니 속 시원하네

■라파엘M.보넬리 지음, 와이즈베리 펴냄





완벽을 추구하는 데 나무랄 사람은 없다. 더 나은 성과를 내기 위한 노력이나 도전이 집착으로 변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성과 만능주의 사회에서 많은 이들이 자신의 결점이 노출될까 봐, 책 잡히면 손해를 보지는 않을까 하는 마음에 필사적으로 ‘도달할 수 없는 이상’을 ‘의무’로 잡고 스스로를 궁지로 내몬다. 정신과 의사인 저자는 실제 환자들과의 상담사례를 통해 완벽주의자들이 어떤 행동 양상을 보이고 무엇 때문에 고통스러워하는지, 그리고 이 무서운 덫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을 제시한다.

책은 완벽주의와 완벽하기를 바라는 것을 구분한다. 전자는 완전무결을 위해 애쓰는 게 아니라 ‘누구도 나를 해할 수 없는 철옹성’을 쌓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일종의 방어기제로서, 완벽주의자들은 자신을 계발하는 게 아니라 안전을 도모하는 데 방점을 찍는다는 것이다. 예컨대 ‘완벽한 신체’를 갖기 위한 강박관념이 커지면서 여성을 중심으로 비현실적인 몸매와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이상적인 몸매에서 멀어질수록 자기 자신을 ‘절대적인 의무를 다하지 못한’ 가치 없는 인간이라 여기고, 이 같은 집착은 거식증이나 건강식품 탐욕증이 되어 개인을 좀 먹는다. 저자는 ‘완벽주의자의 영혼은 뱀 앞의 생쥐처럼 마비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영혼이 마비되어 사고가 경직되어 있기에 ▲남의 말을 잘 듣지 않고 ▲잘난 척하며 ▲때로는 배타적인 태도를 취하고 ▲ 자신의 이상을 타인에게 강요하기도 한다.

저자는 ‘완벽이라는 가면’을 벗어 던지고, 자신의 불완전함과 결점을 인정하는 자세를 주문한다. 불완전성 허용, 즉 자신의 불완전함과 평범함, 속된 마음을 인정하라는 이야기다. 현실적인 자기평가를 통해 바람직한 목표를 설정해야만 가식 없이 사회생활을 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내면의 자유를 얻고 융통성을 발휘해 독립적인 사고를 할 수 있다.



양성애자가 될까 봐 두렵다는 20대 체대 청년, 세상에서 가장 큰 가슴과 가장 가느다란 허리에 집착하는 23세 여성, 몽정이 불쾌해 자신을 사이코패스라고 자학하는 29세 기계공, 완벽한 종교적 이상에 못 미친다며 신경쇠약에 걸린 35세 수녀 등 다양한 사례와 함께 정신분석학적 개념이나 처방 내용, 환자의 경과 등을 흥미롭게 정리했다. 1만 4,000원

/송주희기자 ss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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