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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환이 직접 봤다. 위작일까?

이우환 화백 27일 경찰 출두

"국가,언론이 깡패냐" 불만 표출

이우환




“국가권력이 합세해 잘못된 일을 벌이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큰 착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림을 아직 보지도 않았는데 왜 이렇게 달려듭니까? 논란은 여러분이 만든 것 아닙니까?”

27일 오전 9시 53분 서울 중랑구 묵동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들어선 현대미술가 이우환(80·사진) 화백은 전날 프랑스에서 입국한 고령의 화가라는 사실이 무색하게 격앙된 목소리로 외쳤다. 하늘을 향해 손을 치켜들며 부르르 떨기도 했다.

마침내 이 화백이 작품들을 마주했다. 위작이라는 의혹을 갖고 경찰이 확보한 13점의 그림이다. 피해자 겸 참고인 신분으로 경찰에 직접 출석한 이 화백이 이들 ‘문제작’을 직접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화백 본인마저도 ‘위작’이라고 결론 내릴 경우 사건은 원활하게 마무리될 수 있겠으나 만약 작가가 일부 작품에 대해 ‘진품’이라고 주장한다면 그간 진행된 전문감정가 및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조사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경찰은 한국을 대표하는 현대미술의 거장인 이우환의 위작이 3년여 전부터 시중에 떠돈다는 소문과 제보를 접하고 수사를 진행해 지난 4월 일본으로 도피한 위조 총책 현 모씨를 일본 경찰과 공조해 붙잡았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및 사서명위조 등의 혐의다. 앞서 경찰은 지난해 10월에 위작을 대거 유통해 수십 억원 대 수입을 올린 것으로 지목된 인사동의 K모 화랑이 압수수색 했고 위작으로 의심되는 작품들을 확보했다. 또 지난해 말에는 K옥션에 출품돼 5억 원에 낙찰된 1978년작 ‘점으로부터 No.780217’에 첨부된 진품 확인 감정서가 위조된 사실이 밝혀져 파문이 일었다. 경찰이 감정서의 위조 사실을 확인했다는 게 알려지자 K옥션은 즉시 ‘낙찰 취소’를 결정했다. 이같은 과정에서 경찰이 확보한 13점은 미술품 감정 기관과 전문감정가들이 ‘위작’이라 주장하는 작품들로, 최근에는 국과수가 안료와 캔버스 등 재료와 성분을 분석한 과학 감정에서도 “13점 모두 위작”이라고 결론 내려진 것들이다.



그럼에도 이우환 화백의 이번 경찰 출두가 주목을 끄는 이유는 통상 작가가 생존해 있는 진위 판단에 있어 작가 의견을 우선 존중한다는 관례 때문이다. 감정서가 없는 작품일 경우 ‘작가 확인서’가 진품임을 입증하는 문건으로 영향력을 가진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서 제시된 작가 의견이 진위 판정으로 직결될 지 여부는 미지수다. 경찰 관계자는 “이 화백이 내놓는 의견은 여러 감정 견해 가운데 하나로 참고될 뿐”이라고 밝혔다. 이 화백과 전문 감정가의 견해가 납득하기 어려울 정도로 첨예하게 엇갈리는 까닭이다. 게다가 이 화백은 최근 언론을 통해 “(국과수가 위작이라 지목한 13점 중 하나를 두고) 내가 직접 확인서를 써 준 작품”이라며 상반된 주장을 내 놓았다. 앞서 이 화백은 위조범 검거 등의 소식을 해외에서 언론을 통해 접하고 “작품을 직접 확인하고 싶다”는 의견을 경찰 쪽에 전달했으나 국과수의 감정 결과가 먼저 발표된 것에 대해 강한 불만을 드러낸 바 있다. 언론의 ‘위작 의혹 보도’에도 부정적인 이 화백은 이날 경찰에 출석하면서 “국가와 언론이 깡패냐”면서 강한 반감을 드러냈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위조된 감정서가 첨부돼 낙찰이 취소되고 현재 경찰에 압류중인 ‘점으로부터 No.780217’ /사진제공=K옥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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