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리 3세는 27일(한국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베데스다의 콩그레셔널CC 블루코스(파71·7,569야드)에서 열린 대회 4라운드에서 버디 4개와 보기 2개로 2언더파 69타(최종합계 17언더파 267타)를 기록, 2위 비제이 싱(53·피지)을 3타 차로 제쳤다.
헐리 3세는 2004년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한 뒤 2009년까지 6년간 미 해병대 전자화부대에서 중위로 복무했다. 마지막 2년은 페르시아만에서 함정을 타며 근무했다. 미국 해군사관학교는 이번 대회가 열린 곳에서 약 70㎞ 떨어진 메릴랜드주 아나폴리스에 있다. 해군 장교들의 축하를 받은 그는 “PGA 투어 첫 승 대회로 이보다 더 좋은 곳을 없었을 것”이라며 기뻐했다.
헐리 3세는 2005년 미국-영국 아마추어 대항전인 워커컵에도 출전하는 등 군 복무 중에도 골프를 놓지 않았다. 2011년 PGA 2부 투어에 입문한 그는 2012년부터 정규 투어에 진출했다. 2012년 AT&T 내셔널과 2014년 그린브라이어 클래식에서 공동 4위에 올랐던 그는 지난해 8월 경찰 출신인 아버지가 집 근처에서 총기로 자살하는 아픔을 겪었다. 충격 탓인지 부진에 빠진 그는 투어카드를 지키지 못해 이번 시즌 조건부 시드권자로 활동했고 세계랭킹은 607위까지 떨어졌다. 정규 투어 데뷔 이후 104번째 출전 만의 첫 승으로 마음고생을 씻은 헐리 3세는 “지난 1년은 정말 힘든 기간이었다”고 돌아봤다. 그는 우승상금 124만2,000달러(약 14억5,000만원)와 함께 2년간의 투어 카드, 올해 브리티시 오픈과 PGA 챔피언십, 내년 마스터스 출전권도 확보했다.
산전수전을 겪은 헐리 3세의 정신력은 강했다. 2타 차 선두로 출발한 그는 불안한 리드를 지키던 15번홀(파4)에서 그린을 놓쳐 고비를 맞았다. 그러나 약 35m 거리의 칩샷을 그대로 홀 속에 집어넣어 위기를 버디로 바꿨고 이어진 16번홀(파5)에서도 8m 버디 퍼트를 떨궈 승기를 잡았다.
시니어 투어를 뛰는 옛 세계랭킹 1위 싱은 6타를 줄이며 선전을 펼쳐 2013년 프라이스닷컴 오픈 공동 2위 이후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프로 데뷔전인 이번 대회 첫날 단독 선두에 나서며 파란을 일으켰던 존 람(22·스페인)도 공동 3위(13언더파)를 차지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람은 이 대회 성적으로 다음달 열리는 브리티시 오픈 출전권을 손에 넣었다. 안병훈(25·CJ그룹)은 1언더파 공동 44위로 마감했다.
/박민영기자 my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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