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잔류를 지지해온 조 콕스 노동당 하원의원 피살 사건으로 5일 앞으로 다가온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 국민투표가 막판 돌발변수를 맞이했다. 찬반 선거진영이 캠페인 중단을 선언하면서 브렉시트 여론전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고 일각에서는 투표 연기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사건은 브렉시트 반대 세력의 결집을 이끌어 낼 것으로 전망돼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는 파운드화와 유로화가 급반등하고 주요국 증시가 일제히 상승했다.
16일(현지시간) BBC 등 다수 외신에 따르면 브렉시트 반대 운동을 펼쳐온 콕스 의원은 이날 요크셔 버스톨에서 한 남성이 쏜 총에 맞고 흉기에 찔려 사망했다. 현장에서 체포된 범인은 52세 남성으로 범행 당시 “영국이 우선이다(Britain First)”라고 외쳤다고 영국 일간 미러는 목격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영국 경찰은 아직 범행 동기를 명확히 발표하지 않았지만 수사 과정에서 범인이 아파르트헤이트(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인종차별제도)를 지지하는 등 극우성향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이번 사건의 정치적 파장은 확산되고 있다.
콕스 의원의 피살 소식에 영국 정치권의 브렉시트 찬반 진영은 일제히 선거운동 중단을 선언했다. 사고 직후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브렉시트 캠페인을 연기하는 게 맞다”며 “콕스 의원과 그녀의 가족을 위해 기도하겠다”고 밝혔다. 영국 정부와 함께 브렉시트 반대 캠페인을 벌여온 노동당의 제러미 코빈 대표도 “우리는 콕스 의원을 애도하는 차원에서 주말까지 모든 국민투표 캠페인을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브렉시트 찬성 운동을 주도해온 영국독립당의 나이절 패라지 대표도 다음날 예정됐던 연설을 취소했다. 이와 관련해 가디언은 이번 사건으로 브렉시트 국민투표 자체가 연기돼야 한다는 주장도 일각에서 논의되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콕스 의원의 피살이 브렉시트 반대 진영에 유리할 것으로 전망했다. 에릭 골드스타인 보스턴대 교수는 “범인이 영국의 EU 잔류를 반대한다는 게 사실로 밝혀지면 브렉시트 찬성 진영은 역공을 받게 된다”며 “이 경우 반대(EU 잔류) 진영이 힘을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웨스턴유니언비지니스솔루션스의 조 마님보 애널리스트도 “콕스 의원이 잔류 진영의 저명인사였다는 사실은 EU 잔류에 대한 동정 여론을 이끌어낼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이 브렉시트 반대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는 전망은 ‘브렉시트 공포’에 시달려온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도 호재로 작용했다. 16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일보다 92.93포인트(0.53%) 상승한 17,733.10에 거래를 마쳤다.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앞두고 연일 가치가 하락했던 영국 파운드화도 콕스 의원 사건 소식 직후 급반등해 17일 달러 대비 가치가 전일 대비 0.5% 상승한 1.4274달러까지 치솟았다. 유로화도 이날 미국 달러 대비 0.16% 뛴 1.1243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이경운기자 clou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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