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유럽 축구단 인수는 이른바 ‘추미(球迷·축구광)’로 불리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축구 사랑과 유럽 명문 축구클럽을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려는 중국 기업의 마케팅 전략이 맞아떨어지면서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시나망 등 중국 매체는 3일 이탈리아 스포츠지 ‘가제타 델로 스포르트르’ 등을 인용해 중국 최대 가전유통 업체 중 하나인 쑤닝이 이탈리아 프로축구구단 인터밀란 인수작업을 사실상 마무리 지었다고 보도했다.
쑤닝그룹은 당초 인터밀란 지분 일부를 매입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지분 전체를 약 7억∼7억5,000만유로(약 9,319억∼9,984억원)에 사들일 것으로 보인다. 쑤닝은 인터밀란의 현재 최대주주인 에릭 토히르 회장의 지분 70%는 물론 마시모 모라티 부회장의 지분 29.5%도 모두 인수하는 방식으로 계약을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인터밀란의 평가액을 5억유로 정도로 추정해왔는데 쑤닝은 시장 예상가격보다 50%가량 높은 파격적인 액수를 제안했다.
중국 기업의 유럽 축구단 인수 열기는 시 주석의 축구 사랑과 중국의 ‘축구굴기’ 계획까지 겹치며 식을 줄을 모른다. 시 주석은 지난 2011년 부주석 시절 당시 손학규 민주당 대표와 만났을 때 박지성 선수의 사인볼을 선물 받고 “중국의 월드컵 참가, 월드컵 개최, 월드컵 우승이 축구에 대한 세 가지 소망”이라고 말했을 정도로 축구에 대한 애정이 강하다.
지난해 10월 영국을 방문했을 때도 특별히 시간을 쪼개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와 함께 ‘맨체스터시티’ 전용구장을 방문했다. 최근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중국 축구 중장기 발전계획(2016~2020년)’을 공개하고 오는 2050년까지 세계 일류 수준의 축구강국 도약을 목표로 내걸기도 했다.
중국 기업의 유럽 축구단 사냥은 지난해 1월 부동산 업체 완다그룹의 아틀레티코마드리드(스페인) 지분 20% 인수를 시작으로 11월 완구제작 업체 라스타그룹의 에스파뇰(스페인) 지분 56% 인수, 12월 CMC와 CITIC캐피털 컨소시엄의 영국 맨체스터시티 지분 13% 인수에 이어 올 5월 루이캉그룹의 영국 애스턴빌라 지분 100% 인수 등으로 이어졌다.
인터밀란의 라이벌 구단인 AC밀란도 지분 70%를 중국 투자가들에 매각하는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알리바바가 AC밀란 인수에 관심을 가졌다고 알려졌지만 알리바바는 이를 부인하고 있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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