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硏 부형욱 실장 “대형수송함서 미사일 발사 가능”
“미사일 방어시스템으로 SM-3 대공미사일 검토해야”
북한 핵과 미사일 무력화와 응징보복을 위해 원자력 추진 잠수함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주장이 국책연구기관에 의해 제기됐다.
해상에서 북한 핵미사일 발사대를 격파하기 위한 방안으로 대형 수송함에 미사일을 탑재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한국국방연구원(KIDA) 부형욱 국방전략연구실장은 3일 오후 제주 민군복합항에 정박 중인 신형 상륙함 천왕봉함에서 열린 ‘제17회 함상토론회’ 주제발표를 통해 이 같은 견해를 밝혔다.
부 실장은 “2004년 ‘362사업’ 좌절 이후로 10년이 넘도록 원자력추진 잠수함과 관련한 논의 자체가 형성되지 않았으나 2015년 개정된 원자력 협정에 의하면 20%의 우라늄 농축이 가능해졌다”고 전제하며 “이에 따라 앞으로 장보고-Ⅲ(3,000t급 잠수함) 7번함을 핵추진으로 건조할 가능성이 열린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우리 군은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장보고-Ⅲ Batch-1’(1~3번함) 건조에 이어 2025년부터 2027년까지 ‘장보고-Ⅲ Batch-2’(4~6번함)을 건조할 계획이다. 장보고-Ⅲ Batch-3에 해당되는 7~9번함은 아직 기본계획도 세워지지 않은 상태다.
부 실장은 “원자력 잠수함이야말로 장기간의 잠항 능력으로 북한과 대잠수함 작전에서 절대 우위를 차지할 수 있는 전력이고, 은밀한 침투 능력을 활용한 다양한 응징보복이 가능해지기 때문에 북한 핵 및 비대칭 전력 대응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전력”이라고 강조했다.
부 실장은 또 러시아의 ‘클럽-K 미사일 시스템’과 같은 화력 수단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는 아이디어도 제시했다. 클럽-K 미사일 시스템은 컨테이너형 미사일 발사대를 대량 생산해 컨테이너선에 적재해 유사시 발사하는 무기체계이다.
그는 “먼 거리의 해상에서 북한 핵미사일 발사대를 포함한 다양한 전략표적을 무력화 하기 위해 막대한 화력을 집중시킬 필요가 있다”며 “당장 대규모 미사일함을 건조할 수 없다면 대형 수송함에 미사일을 적재한 상태에서 바로 발사하는 방안을 생각해 보자. 러시아 업체가 현실화시킨 ‘창의성’을 한국 해군에서도 구현해보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용 대형 컨테이너 규격과 똑같은 사이즈인 ‘클럽-K 미사일 시스템’을 탑재한 수송함 등은 자체 방어 문제만 해결될 경우 강력한 공격 억제수단이 될 것으로 보인다. 2차 대전 중에 수송함 등에 단거리 로켓을 장착해 상륙전 등에 활용해온 미국도 최근 대형 함정에 수직발사관을 가득 채운 무인 탄약고함(Arsenal ship)을 계획했었다. 미국의 애스널쉽 계획은 예산 문제로 취소됐으나 각국은 강력한 해상타격 수단을 끊임없이 연구하고 있다. 러시아가 개발한 ‘클럽-K 미사일 시스템’을 채용한 나라는 아직 공식적으로 없다.
부 실장이 이날 제안한 원잠이나 컨테이너 무장함 등은 개인 아이디어 차원이나 국책연구기관의 책임자급 연구원에 의해 제기됐다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군의 호응과 여론에 따라 보다 긍정적으로 검토될 수 있는 가능성이 보다 크기 때문이다.
부 실장은 아울러 “해군은 북한 특수작전부대의 기습상륙을 방어 및 격퇴할 수 있는 수단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며 “북한의 상륙세력은 바다에서 격멸시킬 수 있으면 가장 좋을 것이므로 해군이 공격헬기 전력을 구비하거나 드론을 활용한 무기체계도 그리 어렵지 않게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 실장은 이어 “북한 핵과 미사일에 대응한 한국군의 능력을 강화하는 다른 방법은 미사일방어 능력을 확충하는 것에서도 찾을 수 있다”며 “해군 자산으로 고려할 수 있는 미사일 방어시스템으로 중간단계 요격을 위한 SM-3대공미사일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홍우기자 hong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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