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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 '포퓰리스트' 아베의 무리수

신경립 국제부 차장

신경립 국제부 차장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또 ‘한 건’ 했다. 지난주 말 일본 미에현 이세시마에서 주최한 주요7개국(G7) 정상회의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을 성사시키고 세계 경제 위기론을 이슈화해 내년 4월로 예정된 소비세율 인상을 늦추기 위한 명분을 만들었다. 국민이 싫어하는 증세는 국내 선거 일정을 최대한 고려해 아예 2년 반이나 미루기로 했다. 71년 만에 미국 대통령이 피폭지를 방문하는 모습은 고스란히 아베 총리의 외교적 성과가 됐다. 여기에 당장 증세 부담을 피할 수 있게 됐다는 국민의 안도감이 더해져 아베 총리에 대한 지지율은 다시 큰 폭으로 올랐다. 지난 28~29일 교도통신이 실시한 조사에서 아베 내각의 지지율은 전월 대비 7%포인트나 올라 55%를 넘어섰다. 지난해 집단자위권 허용과 안보 관련 법안 강행 처리 논란에 지지율이 30%대까지 떨어지며 집권 이래 최대 위기를 맞은 아베 총리의 정치 파워는 확실하게 살아났다.

왜 아베 총리는 이렇게 인기가 높을까. 한국에서 바라볼 때는 의아한 일이지만 일본 국민의 입장이라면 이해가 안 될 일도 아니다. 아베 총리가 취임한 이후로 엔고 시대는 막을 내렸고 기업들의 실적은 좋아졌다. 한국·중국과의 관계가 악화됐다지만 미국과 한층 공고해진 관계는 이를 보상해준다. 오는 2020년 도쿄올림픽을 비롯해 경기에 호재가 될 만한 이벤트 유치에도 적극적이고 세금 부담은 가급적 억제해준다. 이쯤 되면 국가 지도자로 손색이 없지 않은가.

하지만 아베 정권이 지금껏 이룬 이러한 성과와 정책들은 한 발만 떨어져 보면 ‘무리수’로 가득하다. 엔화를 낮추기 위해 도입된 마이너스 금리는 예측하기 어려운 잠재적 부작용을 안고 있고 환율에만 의존한 기업 실적 개선은 이미 한계에 부딪혔다. 최근에는 일본이 2020 도쿄올림픽 유치를 위해 거액의 뇌물을 제공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졌다. 망가진 재정은 안중에 두지 않은 채 당장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결정한 소비세 인상 재연기는 정권 내부에서조차 우려의 목소리를 낳고 있다. 국민과의 약속을 번복한 데 대한 신뢰의 문제는 물론이거니와 갈수록 늘어나는 사회보장비 재원 마련에 불가결한 증세를 2년 반이나 늦추는 것은 미래의 일본 경제를 골병들게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물론 국민 절반 이상의 지지를 등에 업은 아베 총리의 결정이 뒤집힐 가능성은 희박해 보이지만 말이다.



아베 총리의 측근이기도 한 아소 다로 재무상은 28일 총리관저에서 증세 연기 방침을 통보받고 “재상이 되거나 포퓰리스트가 되는 것”이라고 직설을 날렸다고 한다. 하지만 그런 지적을 하기는 이미 늦었다. 아베 정권은 이미 ‘포퓰리스트’의 길을 너무 많이 와버렸고 일본 국민은 아베 총리가 내미는 ‘사탕’에 익숙해져버린 것 같다.

/kls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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