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는 산업기능요원·전문연구요원 같은 대체복무요원뿐 아니라 의무경찰·의무소방원을 포함한 전환복무요원을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개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감축하고 2023년부터는 없애는 방안을 관련 부처와 협의하고 있다. 국방부는 논란이 확산되자 확정된 것이 아니라며 일단 진화에 나섰다. 폐지를 반대하는 과학기술계는 현 대체복무제가 인재를 끌어들이는 인센티브이며 중소기업이 우수인력을 활용하는 수단이어서 폐지될 경우 연구개발과 기업경영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반면 폐지 찬성 측은 해마다 2만~3만명 규모의 병력자원 부족 문제를 해결할 유일한 방안이며 시대 변화에 맞게 기존 병역 특례제도를 손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양측의 견해를 싣는다.
병역특례제도의 폐지 여부를 놓고 찬반론이 다양하다. 특히 폐지반대론자들은 그렇지 않아도 찬밥 대접을 받는 과학·공학계열의 전공자들에게 대체복무제도까지 빼앗아 가버리면 더 이상 인센티브가 없다고 주장한다. 얼마 전 한 중소기업 토론회에서는 대체복무제도의 생산유발효과가 1조87억원에 달한다는 취지의 발표까지 나왔다. 달리 보면 1조87억원이 국방에 직접적으로 투입되지 않고 사기업의 이득을 위해서 쓰인다는 말이다. 물론 여기에도 사회적 이익은 존재한다. 중요한 것은 그러한 이익과 원칙대로 병역에 투입될 때의 안보이익을 형량하는 일이다.
그 전에 제도의 유래를 살펴보자. 1970년대 초에는 경제개발의 밑바탕인 우수한 과학기술인력과 기능인력의 확보가 무엇보다도 시급한 과제였다. 게다가 인구가 급격히 증가해 군에 필요한 인원을 충원해도 연간 20만여명이나 남았다. 그야말로 병력자원이 남아도는데 과학이나 기술에 전념할 인원에게는 국가발전을 위해 ‘특례’를 주자고 만들어진 제도였다.
시대별로 살펴보면 1970년대까지 한국과학기술원·방위산업체·기간산업체 등으로 대상이 한정되다가 1980년대부터 자연계 대학이나 기업부설 연구소까지 확대됐다. 그러나 1990년대 들어오면서 농어업 분야도 신설했고 1996년부터는 중소기업 인력난 해결을 위해 기술자격 없이도 산업기능요원으로 편입하게 했다. 2000년대에 들어서자 해운수산계까지 확대돼 2002년도에는 연간 35,000여명까지 증가하다가 현재는 2만여명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
이렇듯 흐름을 보고 있으면 애초의 국가 발전을 위한 잉여인력 활용이라는 취지에서 벗어나 선심성으로 확대돼왔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병력자원이 급감하는 현시점에서 1970년대에 만들었던 잉여자원활용제도를 더 이상 유지해야만 하는지 진지하게 질문할 시점이 됐다고 할 수 있다. 일례로 전투경찰 복무제도가 폐지돼 국방인력을 충원한 사례를 떠올리면 된다. 시대가 바뀌어 필요가 바뀌면 제도도 응당 바뀌어야 하는 것이다.
병역이란 국가의 복무명령이 있을 경우 군의 구성원이 돼 군에 복무해야 할 의무로 국민으로서 당연히 짊어져야 할 책무다. 물론 나라마다 국방환경이나 여건에 차이가 있으니 복무조건이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다. 비교적 군복무제도가 잘 돼 있다는 스위스의 경우, 21주간 기초 군사교육을 마친 후 귀가한 다음 생업에 종사하다가 매년 19일씩 6회 동원·소집돼 군복무를 실시한다. 일종의 민병인 셈이다. 왜냐하면 현재 국제정세에서 스위스를 당장 침공할 나라는 없기 때문이다. 반면 주변국과 하마스의 위협이 상존하는 이스라엘의 경우 3년을 의무복무하며 심지어는 여성도 2년을 복무한다. 한편 독일처럼 외부의 위협이 없어지자 의무복무제를 법적으로 완전히 폐지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대체복무도 비록 비군사 분야에서 종사하지만 어엿한 병역의무의 이행이다. 왜냐하면 법률이 대체복무를 병역의 형태로 인정하기 때문이다. 남는 인원을 더욱 효율적으로 사용하자는 사회의 약속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 군은 2023년까지 병력을 11만명 이상 감축해야 하는 상황이다. 위협이 줄어들어서가 아니라 출산율의 감소로 인구가 자연 감소했기 때문이다.
우리의 안보상황이 좋아져 병력을 줄여도 된다면야 상관없다. 그러나 북한은 이제 핵보유국이라는 타이틀을 당당히 내걸 만큼 핵과 미사일에서 커다란 발전을 이뤘다. 심지어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까지 개발한다. 안보위협이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증가했다는 말이다.
물론 병역 자원을 늘릴 필요성만큼이나 ‘첨단두뇌’를 잘 활용해야 할 필요성도 존재한다. 그러나 거기에 대한 대안도 충분히 있다. 과학기술이 군사력을 그대로 반영하는 현대전에서 기술인력의 필요성은 간절하다. 오히려 중소기업보다 군에서 더욱 첨단인재를 필요로 한다. 이런 인력들이 방위산업과 관련된 업무를 군 내부에서 수행한다면 군인과 공무원이 몰라서 중개상이나 업체에 당하는 형태의 방산비리는 크게 줄어들 수 있다.
제도 자체의 편익보다는 제도가 지향하는 목표가 무엇인지 집중할 때 국가는 성공적으로 운용될 수 있다. 줬던 특혜를 빼앗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당장 대체복무 폐지에 찬성할 정치인이 누가 있겠는가. 그러나 필요한 결단이라면 국방부는 주눅 들지 말고 강하게 주장해야 한다. 다만 소외 받은 이공계의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이는 병역의무로 보상할 것이 아니라 전역 후의 경제적·사회적 인센티브로 국가의 다른 부처와 기능에서 해결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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