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DC 인근 버지니아주 페어팩스카운티 청사 뒤뜰.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종군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는 비가 세워져 있다. 폭 1.5m, 높이 1.1m인 기림비에는 일제에 의해 한국과 중국·대만·필리핀·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베트남·네덜란드·동티모르 등의 여성들이 강제로 성 노예로 동원됐다는 내용의 동판이 부착돼 있다. 기림비 뒤편에는 2차대전 당시 성적 노예로 고통당한 전 세계 위안부 20만명을 기리는 내용과 일본 정부의 사과를 촉구하는 미 하원 결의안 121호가 새겨졌다.
이 기림비는 세계정치 1번지인 워싱턴DC와는 30분 거리에 수도권 지역에서는 최초로 세워졌다. 기림비 양쪽에는 날아가는 나비 모양 벤치가 각각 한 개씩 자리 잡고 있다. 페어팩스카운티의 위안부 기림비는 일반인에게 오픈되는 카운티 청사 뒤 911기념비 옆에 설치돼 있기 때문에 이곳을 찾는 학생이나 일반인에게 위안부 역사를 알릴 수 있어 더욱 눈길을 끈다. 실제로 이곳을 오고 가는 사람들이 기림비를 유심히 살펴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위안부 기림비는 성 노예로 심한 고통을 겪은 뒤에도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삶을 우리가 공유하고 기리게 해준다. 위안부 기림비는 위안부 할머니들이 당한 성폭행과 같은 인권침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후세에 교육하는 차원에서 건립됐다. 최근에도 빈번하게 이뤄지는 인신매매, 특히 아동 인신매매에 대한 경각심을 보이자는 차원에서 미국 내에서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미국 최초의 위안부 기림비는 지난 2010년 10월 뉴저지주 팰리세이즈파크에 세워졌고 2012년에는 뉴욕주 나소카운티에도 설립됐다. 캘리포니아주 글렌데일시립공원에는 2013년 7월 해외에서 처음으로 위안부 소녀상이 제막됐다. 대도시인 샌프란시스코에도 위안부 기림비가 세워지게 됐다. 샌프란시스코 시의회도 9월22일(현지시간) 일본군 위안부 기림비 건립을 시 행정부에 촉구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샌프란시스코 시의회 결의안에 관심이 모인 것은 사상 처음 미국 대도시에 위안부 기림비가 건립될 가능성 때문이었다. 위안부 기림 조형물들이 건립된 지역은 모두 중소도시거나 대도시 외곽에 위치해 있다.
위안부 문제는 전쟁 성 노예로 인한 인류사적 범죄 행위다. 여성 인권이 짓밟힌 씻을 수 없는 범죄 행위다. 하지만 범죄 행위에 대한 단죄는 이뤄지지 않았다. 가해자인 일본은 사과는커녕 강제적 구인이 없었다고 강변하고 있다. 일부 일본인들은 '자발적으로 위안부로 갔으니 매춘부다'라는 망언을 늘어놓고 있다. 일본 정부 지도자들이 과거의 잘못을 완전히 시인하고 모호함 없이 확실히 사과하고 그들의 진실한 전쟁 역사를 미래세대에 가르치겠다고 서약해야 한다. 진정한 명예는 역사를 바로잡는 작은 행동에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최근 위안부 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가 무산됐다. 하지만 중국은 한국 등과 협력해 다시 등재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고통은 현재도 진행형이다. 오늘도 한숨을 쉬고 살아가는 이들의 아픔을 조금이라도 위로해드려야겠다. 위안부 할머니들을 찾아가 손을 잡아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문병도 디지털미디어부 차장 d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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