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자금조달을 위해 찍어낸 국채의 일부를 상환하지 않을 수 있다는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의 주장이 현실화되면 미국 국민이 가장 큰 손해를 본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미국 경제전문 매체 CNN머니는 “‘협상을 통해 재무부 채권 1달러당 85센트의 비율로 상환하겠다’는 트럼프의 주장은 언뜻 솔깃하지만 이 채권을 누가 소유하고 있는지를 감안하면 얘기가 달라진다”며 트럼프 주장의 허구성을 분석했다. 지난 2월 말 기준 19조1,000억달러에 달하는 미 국채 발행액 가운데 미국 국민이 직간접적으로 보유한 금액은 약 12조9,000억원으로 67.5%나 된다. 연금펀드 등이 5조3,000억달러, 주정부와 개인이 5조1,000억달러,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조5,000억달러 등을 가지고 있다. 외국의 경우 중국 1조3,000억달러, 일본 1,1000억달러, 기타 국가 3조8,000억달러를 보유했으며 상당 부분은 해당 국가 중앙은행이 외환보유액으로 운용하고 있다. 트럼프가 국채 상환액을 줄이는 채무조정을 실시하면 연금감소, 주정부 재정악화 등의 경로를 통해 미국민이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게 되는 셈이다. 특히 채권 보유자의 상당수가 연금과 이자로 생활하는 은퇴자나 고령자여서 이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CNN머니는 “유권자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은 트럼프가 채무조정 협상을 해야 할 상대방이 미국 국민들이라는 점”이라고 전했다. CNN머니는 또 “은퇴자들은 위험한 주식보다 안전자산인 국채를 사들이는 경우가 많다”면서 “채무조정이 현실화되면 미국 국민들의 노후계획도 전면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꼬집었다. 미 국채 채무조정은 글로벌 금융 시스템 붕괴로 이어진다. 유명 이코노미스트인 도그 홀츠는 CNN머니에 “글로벌 금융 시스템은 미 국채가 완전하게 안전한 자산이라는 전제하에 작동하고 있다”면서 “만일 이 전제가 무너지면 글로벌 경제는 극심한 침체를 겪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CNN머니는 “채무 재협상은 재무구조가 악화된 기업에 일반화된 것”이라며 “채권자는 기업 부도로 대출금을 한 푼도 건지지 못할 바에는 채무 일부를 탕감해주는 협상을 받아들이지만 미국 정부는 ‘쓰레기 채권’을 발행한 기업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김능현기자 nhkimc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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