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잠에 빠진 공주 이야기에 뱀파이어를 더했다. 클래식 발레의 대표작 차이콥스키의 ‘잠자는 숲 속의 미녀’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천재 무용가 매튜본의 동명 댄스 뮤지컬이 6월 LG아트센터 무대에 오른다. 2012년 영국 초연한 이 작품은 ‘호두까기 인형’, ‘백조의 호수’에 이어 매튜본이 선보인 ‘차이콥스키 3부작’의 완결판으로, 색다른 해석과 섬세한 연기로 영국과 미국과 북미 투어에서 흥행을 기록했다. 이번 내한은 2016년 아시아 투어의 시작이다.
잠자는 숲 속의 미녀는 프랑스 작가 샤를 페로의 동화로 잘 알려진 작품이다. 마녀의 저주에 걸려 긴 잠에 빠진 오로라 공주의 이야기는 1890년 차이콥스키가 음악을 쓰고 마리우스 프티파가 안무한 발레 공연으로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마린스키 극장에서 초연된 뒤 전 세계에서 꾸준한 사랑을 받아왔다.
고전 발레의 명작은 매튜본의 손을 거쳐 새롭게 태어났다. 영국 왕실로부터 대영제국 제4급 훈작사(OBE)를 받을 만큼 실력과 공로를 인정받은 매튜본은 차이콥스키의 음악과 이야기의 뼈대만 남겨둔 채, 새로운 안무와 캐릭터들을 만들어 냈다. 수동적인 캐릭터였던 오로라 공주를 주체적이고 당돌한 말괄량이로 바꾸고, 그녀를 아득한 동화 속 시간이 아닌 21세기의 현실에서 깨어나게 한다. 원작에는 없었던 마녀의 아들 카라독도 등장하는데, 공주와 카라독, 그리고 정원사 청년 레오가 삼각관계를 만들어낸다. 이전 작품에서 보여줬듯 정형화된 동작을 배제하고 발레·현대무용·뮤지컬·영화·탠댑스 등 이야기 전달에 필요한 동작이나 표현법을 녹여냈다.
동화적 상상력에 걸맞게 춤 외의 볼거리도 풍부하다. 요정이 등장하는 아름다운 동화 속 세계와 몽환적인 공주의 꿈속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신비롭고 로맨틱한 분위기의 의상과 무대를 만나볼 수 있다.
무용을 그저 어렵게 느꼈던 관객에게도 익숙한 소재와 유쾌한 상상력이 더해진 매튜본의 작품은 흥미롭게 다가간다. “난 이전에 단 한 번도 발레 공연을 본 적이 없는 사람들도 내 작품에 빠져들 수 있도록 만들려고 노력한다. 이러한 노력이 결코 작품의 질을 낮추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는 관객들이 이야기에 빠져들어 무언가 새로움을 느끼게 하고 싶다.”(매튜 본) 6월 22일~7월 3일 LG아트센터.
/송주희기자 ss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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