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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근로자·법인 절반이 세금 안내는 현실은 바로 잡아야

우리나라 법인과 근로자의 절반가량이 지난해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개혁연대가 9일 2015년 국세통계연보를 분석해 내놓은 ‘최근 연도 법인세 실효세율 분석과 시사점’에 따르면 지난해(2014년 소득분) 법인세 신고 의무법인 가운데 47.3%(26만 개 기업)가 법인세를 감면받았다. 근로소득세 면제자 비율은 더 높아 전체의 48.2%에 달했다. 단지 국민 절반에게만 세금을 거둬 나라를 운영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법인세 감면 기업은 실적부진으로 영업손실을 보거나 연구개발(R&D) 투자 등으로 세액공제를 받는 기업들인데 문제는 공제 및 감면범위가 너무 넓다는 점이다. 중소기업의 경우 43.8%가 법인세를 면제받은 데 반해 대기업은 비중이 62.5%에 달한다는 것 자체가 이 제도에 문제가 많음을 보여준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이날 법인세 감면율 확대가 법인세수 증대를 저해한다며 비과세·감면제의 정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면세근로자의 비중도 선진국에 견주면 과도하다는 것이 단적으로 드러난다. 2012년 기준으로 일본은 면세근로자 비중이 15.8%였고 독일 19.8%, 캐나다는 22.6%였다. 반면 우리의 경우 2012년 33.2%에서 2013년 32.4%까지 낮아졌다가 다시 48.2%로 급등했다. 연말정산 방식이 세액공제로 바뀌면서 적은 세금을 내온 근로자 가운데 아예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경우가 더 많아졌기 때문이다.



소득세 등 세원이 절반이나 빠져나간 상황에서 복지지출은 늘어만 가니 나라 곳간이 바닥날 수밖에 없다. 법인세에 대한 증세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것도 그래서다. 하지만 세율을 낮추고 세원은 넓힌다는 조세정책의 원칙에 반해 세원이 좁아만 지니 세율인상 압력이 높아지는 것이다. 먼저 불합리한 공제 및 감면제에 대한 손질이 이뤄져야 한다. 이런 보완책 없이 증세만 얘기하니 반발이 커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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