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지수 상승률만도 못한 수익률을 내는 펀드매니저에게 투자자들이 너무 많은 보수를 지급하고 있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들의 무능력에 직격탄을 날렸다. 투자성적과 관계없이 거액의 수수료를 챙기면서 호가호위하고 있다는 것이다. 버핏은 4월30일(현지시간)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열린 버크셔해서웨이 연례 주주총회에서 “월가에 투자능력이 아닌 영업능력으로 만들어지는 돈이 넘쳐나고 있다”며 “많은 투자자들이 헤지펀드에 지불하는 수수료에 좌절하고 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헤지펀드들이 수익률과 상관없이 떼가는 운용수수료는 통상 운용자산의 2%이며 운용이익이 발생할 경우 이익의 20%도 성과보수로 챙긴다.
평소에도 헤지펀드의 높은 수수료율에 강도 높은 비판을 서슴지 않던 버핏의 이날 발언이 주목받는 것은 지난 2008년 시작된 버핏과 헤지펀드 운용사 프로티지파트너스의 내기 때문이다. 당시 이들은 10년 후인 오는 2018년까지 버핏이 선택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인덱스펀드의 수익률이 프로티지가 고른 다섯 헤지펀드의 수익률을 비교해 승리하는 쪽이 판돈 전액(100만 달러)을 자선단체에 기부하기로 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프로티지가 선택한 펀드의 수익률은 21.9%였던 반면 인덱스펀드는 65.7%의 수익률을 올렸다. 버핏은 “미국 기업은 전체적으로 훌륭하게 성장하고 있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면서 “자산운용사를 고용하는 것은 큰 손해”라고 강조했다.
버핏은 이날 주총에서 6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통령선거와 미국 경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미국 경제는 수백년에 걸쳐 옳은 방향으로 발전했다”며 “어떤 대통령 후보나 대통령도 이를 끝내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얼핏 중립적 발언으로 보이지만 사실상 공화당 유력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이어 “트럼프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버크셔해서웨이는 번성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버핏은 지금까지 공개적으로 민주당 유력 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지지해왔다.
다만 놀라운 투자실력을 발휘해온 그도 미국 경제의 앞날에 대해서는 모호한 답변을 내놓았다. 그는 주총에 앞서 경제방송 CNBC에 출연해 “미국의 성장은 확실히 가속되지도 하강하지도 않는다”며 “소비는 과거보다 좋아졌지만 경기부양 효과도 보지 못하고 있다”고 애매한 견해를 밝혔다.
한편 버핏은 고열량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코카콜라 투자에 대해서도 적극 해명했다. 그는 “버크셔의 코카콜라 투자를 주주들이 왜 자랑스러워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나는 먹었을 때 행복해지는 음식으로 하루 2,600~2,700칼로리를 얻는데 갑자기 브로콜리와 물로 바꾸면 그 수준에 이를 것이라는 근거를 찾지 못했다”고 답했다. 그는 이날 주주들과의 질의응답 도중에 평소 즐긴다는 체리콜라를 마시기도 했다. /김능현기자 nhkimc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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