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모미이 가쓰토 NHK 회장이 원전의 안전성에 관한 취재·보도를 위축시켰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23일 마이니치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모미이 회장은 구마모토현 연쇄 지진을 계기로 20일 열린 NHK ‘재해대책본부’ 회의에서 “원전에 관해서는 주민의 불안을 쓸데없이 불러일으키지 않도록 공식발표를 토대로 전하는 것을 계속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재해대책본부장을 겸하는 모미이 회장은 또 “식량 등은 현지 지방자치단체에 배분할 힘이 따르지 않는 등의 문제가 있었지만, 자위대가 들어와서 전달되게 됐으므로 그런 상황도 포함해서 물자 공급 등을 상세하게 알리면 좋겠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이에 관해 NHK 이사나 국장 등 참석자들로부터 이견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14일부터 구마모토시 일대에서 발생한 연쇄 지진을 계기로 일본 언론은 약 150㎞ 거리에 있는 이카타(伊方) 원전이나 약 120㎞ 떨어진 센다이(川內)원전의 안전성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보도를 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공식발표를 토대로 원전에 관해 보도하라는 모미이 회장의 발언은 원전의 안전성에 관한 비판적인 보도를 자제하라는 우회적인 지시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또 자위대가 투입돼 물자 공급이 원활해졌다는 점을 전하라는 것은 중앙 정부의 대응에 관해 호의적인 내용을 부각하라는 취지로도 수용될 수 있다.
마이니치는 당시 회의록이 내부 전산망을 통해 사내에 공유됐으며 NHK에서는 ‘회장의 개인적인 견해를 방송에 반영하려는 지시’라는 반발의 목소리가 있다고 전했다.
스나가와 히로요시(砂川浩慶) 릿쿄(立敎)대 교수(미디어론)는 “회장에게는 강력한 인사권이 있다. 발언이 사실이라면 위축 효과를 야기하므로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구마모토 지진으로 발생한 교통망 차단을 전제로 원전 사고가 났을 때의 피난 계획이 타당한지 검증하거나 자위대와 현지 지방자치단체의 연대에 관해 돌아보는 등의 독자적인 취재가 불가능해질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모미이 회장은 취임 직후부터 ‘정부가 오른쪽이라고 하는 것을 (NHK가) 왼쪽이라고 할 수 없다’는 발언 등으로 정부 편향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NHK 홍보부는 “내부의 회의에 관해 언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원전에 관한 보도는 주민의 불안을 쓸데없이 부추기지 않도록 종래와 마찬가지로 사실에 바탕을 준 정확한 정보를 전하겠다”고 반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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