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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구조조정 금기 깨는 巨野]아직은 총론 찬성..."구체안 놓고 평가받아야"

새누리 조원동 "구조조정 누군가 피묻혀야" 대안 부족 지적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20일 국회에서 열린 제20대 국회의원 당선자 대회에서 당선자들의 발언을 들으며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4·13 총선 이후 정부의 기업 구조조정 움직임이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가 그동안 야권의 금기와도 같은 ‘구조조정 필요성’을 언급해 주목된다. 더민주의 경우 ‘경제심판론’을 앞세워 총선에서 1당으로 올라선 만큼 경제 분야에서 대안정책을 제시해 20대 국회에서 주도권을 가져오려는 시도로 분석되고 있다. 국민의당도 더민주에 이슈 주도권을 놓치지 않겠다는 맞불 성격으로 구조조정 필요성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이유야 어찌 됐든 정부나 여당도 구조조정이 시급하다는 입장이어서 여야 3당이 한계기업 구조조정 필요성 등 총론에 공감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최운열 더민주 국민경제상황실장은 “예전에는 야당이 한계기업 구조조정 얘기 자체를 금기시했지만 그래서는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며 “구조조정을 하지 않는 것이 일시적으로는 근로자를 보호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훨씬 불리한 정책일 수 있다”며 김 대표를 거들었다. 최 실장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20대 국회에서는 새누리당이 노조의 이익을 대변하고 우리가 ‘더민주식 노동개혁’을 외치는 모습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도 했다.

이처럼 여야 3당이 총론에는 공감하고 있지만 각론에서는 이견을 노출했다. 김 대표는 “IMF 때처럼 부실기업에 돈을 대줘 생존을 연장시키는 구조조정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는데 이는 한국은행이 직접 산업은행채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한국판 양적완화’를 통해 구조조정에 나서야 한다는 여권의 입장과 다른 것이다. 정부나 여당 입장에서는 부실기업에 은행 자금을 투입해 일단 회생시켜놓고 회생 후 매각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회수하도록 한다는 기본 전략을 구상하고 있지만 김 대표는 기업들이 스스로 부실계열사를 매각하는 방법으로 구조조정을 유도해나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의 한 측근은 서울경제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삼성을 예로 들면 계열사가 58개에 달하는데 (글로벌 경쟁력을 갖기에는) 너무 무거워 순발력 있게 움직이기 어려운 구조”라며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를 서비스산업이나 다른 4차 산업으로 바꾸려는 기업들의 자체 구조조정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일부에서는 김 대표가 기업 구조조정뿐만 아니라 기업들이 효율성을 최대한 낼 수 있게 정부 조직이나 정책, 공무원의 의식구조도 근본적으로 바꾸려 한다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내년 대선까지 염두에 두고 기업 구조조정 이슈를 선점한 뒤 대안 야당의 이미지를 부각해 유권자들의 판단을 물으려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총선 참패로 내홍이 이어지고 있는 새누리당은 배경에 관심을 두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이 빠졌다며 반박했다. 4·13 총선에서 여당의 공약작업에 관여한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은 이날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지난 4·13) 선거 때는 아무런 얘기도 않다가 우리가 양적완화를 통한 구조조정을 공약으로 내거니까 지금 와서 구조조정을 꺼내든 것 같다”며 “구체적인 방법이 안 보인다”고 지적했다. 조 전 수석은 특히 “구조조정이라는 것은 누군가 손에 피를 묻혀야 하는데 정부에 재량을 줄 거면 어떻게 확보해줄 것인지에 대한 대안도 없다”며 “구체적인 구조조정 방법 없이 말로만 그치면 더 큰 부작용을 부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제3당인 국민의당도 구조조정을 찬성하는 입장을 내놓았지만 각론에서는 더민주와 마찬가지로 구체성이 빠져 있다는 지적이다. 안철수 대표는 이날 “미시적 구조조정이 아니라 거시적 관점에서 구조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지만 추상적인 개념이라는 것이다. 한계기업 정리를 위한 구조조정 해법을 놓고 2개 야당이 경쟁하는 보기 드문 국면이 전개되고 있지만 여야가 합의할 만한 구체적인 각론을 모을 수 있을지는 더 두고 봐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홍길기자 wha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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