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의석수가 19대 국회보다 많이 줄 것으로 예상되면서 당장 새누리당의 핵심 공약인 ‘기업 구조조정 활성화’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새누리당은 이번 총선에서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 장관을 공동선거대책관리위원장으로 영입하고 1호 공약으로 기업 구조조정 활성화를 내세웠다. 경제민주화로 위축된 대기업의 경영환경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강 위원장은 기업의 자금 통로를 넓혀주기 위해 ‘한국판 양적완화’를 추진할 계획이었다. 한국판 양적완화란 유동성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산업은행이 발행하는 산업금융채권과 주택금융공사가 발행하는 주택담보증권(MBS)을 한국은행이 사들이게 하는 것을 말한다. 기업 구조조정의 향배를 결정하는 산업은행이 구조조정에 더 많은 자금을 쓸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현행법상 한국은행이 산은의 채권을 살 수 없기에 새누리당은 과반 의석을 확보해 한국은행법 개정안을 관철하려 했다. 하지만 과반 의석 확보 실패로 한국판 양적완화를 추진할 동력을 잃었고 애초 계획은 수포로 돌아가게 됐다.
더민주와 국민의당 등 야당은 한국판 양적완화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어 관련 법안 처리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야당은 “관치금융의 부활이다” “1960년대식 사고로 IMF 위기를 자초할 것”이라는 반응이다. 금융시장 혼란을 야기하고 가계부채 증가 요인으로 작용하는 등 역효과를 우려하고 있다.
경제계가 서명운동까지 벌이며 처리를 촉구했던 경제활성화법 통과도 어렵게 됐다. 새누리당은 총선 공약으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노동개혁법 등 남은 경제 활성화 관련 법안도 이른 시일 안에 처리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야당은 이들 경제활성화법 처리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19대 국회와 마찬가지로 서비스법에서는 의료 분야, 노동개혁법에서는 기간제법과 파견법에 대해 한 발짝도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이다. 새누리당이 양보하지 않는 한 타협점을 찾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법안 협상을 이끌었던 한 여당 의원은 “19대 때와 비슷한 방식으로 협상한다면 20대 국회에서도 처리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류호기자 rh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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