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1일 “국민의당이 3당 구도를 만들겠다고 하는데 새누리당 장기집권을 도와주는 일”이라며 “우리 호남민들의 염원을 짓밟는 일”이라고 말했다.
문 전 대표는 4·13 총선을 이틀 앞둔 이날 1박2일 일정으로 호남을 방문, 전남 여수시내 부영3단지 사거리에서 진행된 백무현(여수을) 후보 지원유세에서 이같이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를 향해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특히 지난 방문 때는 ‘반문(反文) 정서’를 의식한 듯 비교적 ‘낮은 자세’로 일관했던 것과 달리 이날은 훨씬 적극적으로 국민의당을 향한 공세를 벌였다. 지지자들도 대거 몰려들어 환호를 보내면서 현장에는 떠들썩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문 전 대표는 우선 우윤근(광양·곡성·구례) 후보 지원차 중마버스터미널 앞 사거리로 향했다. 이곳에서 400여명에게 둘러싸여 30분간 뚜벅이 유세를 벌인 그는 청중이 ‘문재인’을 연호하는 가운데 빨간 의자 위에 올라가 마이크를 잡았다.
문 전 대표는 “호남민심을 되돌리기 위해 마지막까지 낮은 자세로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다시 왔다”며 “송구스러울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광주정신·호남정치란 도대체 무엇이겠느냐. 호남 안에서 호남끼리 새로운 당을 하나 만드는 게 호남정치이며 광주정신이겠는가”라며 국민의당을 향해 날 선 비판을 이어갔다.
문 전 대표는 “어느 당이 과연 호남민들의 염원을 실현할 수 있겠는가. 호남 바깥에서는 국회의원이 거의 전무하다시피한 국민의당이 해낼 수 있겠는가”라고 강조했다.
여수소방서 앞 백 후보 지원유세장으로 이동해서는 문 전 대표의 목소리가 한층 높아졌다.
문 전 대표는 “(국민의당이) 개혁정치를 한다는데 물갈이 (대상으로) 지탄받던 현역 의원들을 그대로 공천해 다시 국회의원을 만들어달라고 하는 것이 개혁정치냐”고 비판했다. 이어 “더민주는 부족한 대로 이번에 훌륭한 분들을 많이 영입했다”며 “매는 저에게 들어주시고 후보들은 살려달라”고 호소했다.
문 전 대표는 “호남민심이 절 지지하지 않으면 정치도 그만두고 대선도 포기한다고 했다”며 “만약 호남에서 다시 힘을 주시면 시민들 속에 들어가 정권교체 역량을 키워가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후에는 이날 마지막 일정으로 여수시내에서 열린 송대수(여수갑) 후보 지원유세로 이동, 역시 유세차에 올라 “후보들이 저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해서 안타까움에 왔다. (환영해줘서) 정말 눈물이 날 만큼 감격스럽다”면서 더민주 지지를 당부했다.
이날 지원유세는 가는 곳마다 지지자들이 수백명씩 몰려 문 전 대표는 수행비서들의 손을 잡고서 이동해야 했다.
지지자들은 ‘반문 정서? 반갑다 문재인 정서’ ‘사랑해요 문재인’ 등의 팻말을 들고서 환호를 보냈다. 연설 중간에는 일부 청중이 “문재인!대통령!”을 외쳤고 “국민의당은 없어져야 된다”는 격앙된 발언도 터져나왔다.
/광양=전경석기자 kadak@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