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텃밭인 호남에서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세대교체를 주장하며 신인을 대거 투입했지만 ‘현역 의원 물갈이’ 요구가 가장 높았던 호남의 민심을 제대로 떠안지 못했기 때문이다.
야권의 심장이라 불리는 광주에서 더민주의 상황은 가장 심각하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광주 8개 선거구 중 더민주 후보가 앞서는 곳은 이용섭 전 의원이 출마한 광산을 한 곳이다. 정치권은 정치 신인들로 구성된 더민주 후보의 무게감이 현역 의원들로 구성된 국민의당에 비해 현저하게 떨어지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광산을의 이용섭 전 의원이 권은희 국민의당 후보에 앞서는 이유도 같은 맥락에서다. 이 전 의원은 국세청장, 건설교통부 장관 등 화려한 이력을 바탕으로 권은희 후보를 따돌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전 의원을 제외하고는 광주 지역 7곳의 더민주 후보는 ‘정치 신인’과 다름없다. “깜짝 놀랄 만한 인물을 소개하겠다”며 공천한 북갑의 ‘젊은 변호사’ 정준호 더민주 후보가 김경진 국민의당 후보와 좀처럼 격차를 좁히지 못하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반면 국민의당은 동·남갑의 장병완, 동·남을의 박주선, 서을의 천정배, 광산갑의 김동철 등 선수만 도합 13선인 베테랑이다. “구관이 명관, 미워도 다시 한 번”의 호남 민심이 형성된 것으로 분석된다.
전남과 전북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전남 10곳에서는 현역 의원 4명(우윤근·이개호·신정훈·김영록)이 출마했지만 노관규 전 순천시장이 출마한 순천만 당선 안정권으로 분류되고 현역 의원의 지역구 4곳은 경합 우세를 보이고 있다. 전북의 경우도 10곳 중 군산, 익산을, 정읍·고창, 남원·임실·순창 등 4곳은 국민의당에 밀리고 있고 나머지 6곳도 안심할 수 있는 지역이 없다. 전남의 맹주인 박지원 국민의당 후보와 전북의 맹주인 정동영 국민의당 후보의 영향력이 크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민주는 여전히 호남 의석 중 절반 이상 확보를 자신하고 있다. 지난달 31일부터 시작된 선거운동기간이 이제 반환점에 도달했고 더민주의 지지율 추이가 가파른 상승곡선을 타고 있다는 분석에서다. 광주 지역의 더민주 관계자는 “광주 8곳 중 4곳 이상을 자신한다”며 “여론조사 추이로 보면 광산갑과 북을·서갑에서 역전승을 할 것으로 본다. 20석 의상을 차지한다는 국민의당의 발언은 ‘희망사항’”이라고 강조했다. /박형윤기자 man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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