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 2단지 재건축단지인 ‘래미안 블레스티지’가 높은 분양가에도 청약에 성공을 거두자 이른바 ‘개포발’ 훈풍이 불고 있다. 지난 3월 마지막 주 서울 재건축 아파트 값이 주간 단위로 올해 들어 가장 높은 0.14%의 상승률을 기록한 것이다. 서초와 반포 등 인근 지역도 덩달아 가격 상승 기대감에 부푼 상태다.
아파트 시장은 올해 들어 잔뜩 위축돼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분위기를 반전시킬 뚜렷한 호재는 없지만 개포발 훈풍이 이른바 ‘알짜 지역’에는 수요가 몰린다는 것을 증명한 것으로 보고 있다.
◇들썩거리는 개포, ‘물딱지’에 벌써 웃돈=래미안 블레스티지 청약 성공은 당장 개포지구 아파트 값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인근 중개 업계에 따르면 1순위 청약에 하루 앞서 공급된 특별공급 물량(물딱지)에 이미 2,500만~2,700만원가량의 웃돈이 붙어 있다. ‘물딱지’로 불리는 특별공급 당첨권은 신청접수 당일에 당첨자를 발표한다.
한 분양권 거래업자는 “아직 물딱지이다 보니 전용면적별로 큰 차이 없이 2,500만원선에서 100만~200만원 정도 시세가 오르락내리락하고 있다”며 “래미안 블레스티지 물딱지가 나타난 후 다른 지역 단지의 매수세가 모두 끊길 정도로 인기가 많다”고 밝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오는 6일 당첨자가 발표되는 일반분양 물량에도 최소 3,000만원 이상의 웃돈이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곧 일반분양을 앞둔 개포주공 3단지 전용 42㎡의 경우 한 달 전 8억2,000만원 정도이던 호가가 현재 9억3,000만원까지 뛰었고 개포주공 1단지 역시 같은 기간 7억8,000만원에서 8억3,000만원으로 호가가 올랐다.
◇‘개포발 훈풍’, 입지 좋은 곳은 수요 집중=서울 아파트 값도 상승폭이 커졌다. 개포 등 이른바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올랐기 때문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이번주 서울 아파트 값은 재건축 값이 오르면서 0.05% 상승했다. 강남구는 0.13% 올라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올해 들어 아파트 시장은 대출규제와 공급과잉 등의 이슈로 잔뜩 위축된 상태다. 올 1·4분기에 분양된 아파트는 총 90개 단지. 이 중 1순위에서 미달된 곳은 43개 단지(47.8%)에 이른다. 기존 주택 매매거래 역시 지난해 3월에 비해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 이런 가운데 5월부터는 지방에서 대출규제가 시작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개포 청약에서 나타나듯 입지가 뛰어난 곳의 수요는 꾸준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시장의 분위기가 가라앉을수록 수요자들은 옥석 가리기에 나설 것”이라며 “입지에 따라 청약 성적은 양극화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권경원·정순구기자 na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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