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전 시장이 박진 전 의원을 꺾은 후 ‘여당의 대권 잠룡(오세훈)’ 대 ‘6선에 도전하는 거물급 야권 인사(정세균)’의 구도로 짜이면서 서울 종로는 여전히 강력한 열기를 내뿜고 있다.
공식 선거 운동이 처음 시작된 지난 달 31일 찾은 현장에서도 이 같은 분위기는 그대로 전해졌다.
이날 오전 출정식 후 낙원시장을 찾아 밑바닥 민심을 훑은 새누리당의 오세훈 후보는 “서울시장 재임 시절 강북의 재정 형편을 끌어 올려 강북·강남의 주거환경의 격차를 해소하는 데 전력을 다했다”며 “강북의 중심인 종로를 지역구로 선택한 것은 필연적인 결과”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시장 안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한 상인이 “꼭 승리해서 대통령까지 노려라”고 격려하자 옆에 있던 시민은 “우리는 빨간 점퍼(새누리당의 상징) 입고 있으면 무조건 찍어주지”라며 힘을 보탰다.
이번 승부에서 이길 경우 지난 2011년 무상급식 파문으로 서울시장에서 사퇴한 이후 약 5년 만에 화려하게 정계에 복귀하는 것은 물론 명실상부한 대권 주자로 우뚝 서게 된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도 충분히 고무적이다. 지난달 29일 발표된 SBS·TNS코리아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오세훈 후보는 48.6%의 지지율로 정세균 후보(37.3%)를 10%포인트 이상 앞서고 있다. 이 같은 기대감 속에 오세훈 후보는 차기 대선후보 지지도에서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이어 3위(동아일보 1일 보도)까지 치고 올라왔다.
정치 1번지에서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김종인 더민주 대표도 즉각 지원 사격에 나섰다. 김종인 대표는 이날 종로구 동묘역앞에서 지원 유세를 통해 “지난 8년 동안 새누리당 정권이 우리 경제를 어떻게 만들었는지 잘 알 것”이라며 “정세균 후보는 경제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분이다. 압도적으로 정세균 후보를 당선시켜서 경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지원 바란다”고 당부했다. 정세균 후보도 “4년 간의 의정활동을 통해 많은 변화가 시작됐지만 완결되지 않은 사업이 많은 만큼 다시 한번 선택을 받아야 종로 구민에 대한 책임을 다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바람대로 지지율 격차를 뒤엎고 승리한다면 정세균 후보는 6선 고지에 오르면서 측근 의원들의 일부 컷 오프로 위축된 당내 입지를 다시금 강화하는 반전의 계기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지역구답게 시민들의 반응도 극명히 엇갈리는 모습이다. 낙원상가 인근에서 화랑을 운영하는 김익무 사장은 “구정과 시정, 국가행정은 하나로 연결돼 있는 것”이라며 “키워줄 사람을 키워줘야 지역도 그만큼 발전하지 않겠느냐”라고 오세훈 후보를 지지했다. 반면 회사원인 김은경씨는 “대권 욕심이 있는 오세훈 후보는 당선이 된다고 해도 ‘지나가는 정치인’일 뿐”이라며 “서민의 아픈 곳을 긁어줄 수 있는 정세균 후보에게 한 표를 던지겠다”고 전했다.
두 강력한 경쟁자의 틈 속에서 국민의당 박태순 후보는 이날 안철수 대표와 함께 혜화역 인근에서 주민들을 만났고 정의당 윤공규 후보도 ‘야당답게 4번’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지지를 호소했다.
/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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