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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증권회사에 입사해 3년 넘게 일했던 A(36)는 결혼과 임신으로 경력단절을 겪게 됐다. 긴 업무공백기 때문에 재취업에 막연한 두려움을 가졌던 그는 경단여성을 위한 교육기관인 '팔달새일센터'를 알게 됐고 직업교육훈련인 '공동주택사무원 양성과정'을 시작했다. 컴퓨터 활용과 전산회계를 배워 수료 후 공동주택사무원이나 학교행정사무원 등으로 진출할 수 있는 과정이다. 직업교육훈련을 받은 A씨는 자신감이 생겼고 경력단절에 대한 두려움도 떨쳤다. 지금은 아파트 관리사무소 사무원으로 취직하는 데 성공했다.
# 10여년 전 육아와 가사 문제로 일을 그만둔 B(46)는 원래 논술강사였다. 다시 일하고 싶었지만 길을 찾지 못하던 그는 '시흥새일센터'가 실시하는 '스토리텔링 역사지도사' 과정에 참여했다. 평소 역사에 대한 흥미가 많았고 수료 후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강사, 방과후교실 강사 등으로 취업할 수 있다고 해 관심이 컸다. 문화와 역사에 관한 160시간의 교육과정을 수료한 A씨는 25회의 실습을 거쳐 전문강사로서 역량을 키웠다. 지금은 다른 수료생들과 함께 협동조합을 설립해 역사문화탐방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 미국에서 디자이너로 활동하다 개인 사정으로 3년 전 귀국한 C(50)씨는 나이가 많고 고학력이라는 이유로 한국에서의 재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평소 지인이 활동하는 '오픈마켓'에 관심을 가졌던 그는 성남새일센터에 개설된 '오픈마켓 파워셀러 양성과정'을 알게 됐다. 사업자로서 판매물품을 등록하는 방법부터 상품소개 작성법, 포토샵 편집 등을 배웠고 오픈마켓 창업의 기틀을 마련했다. C씨는 최근 실버용품을 판매하는 오픈마켓을 개설했다.
'새일센터'의 정식명칭은 '여성새로일하기센터'. 여성가족부가 고용노동부와 공동으로 지정·운영하는 곳으로 각 지자체와 손잡고 지난 2009년 72개소로 시작한 것이 현재는 147개소로 늘었다. 첫 해 배출한 취업·창업자 수는 6만7,519명이었고 6년이 지난 2015년 하반기 현재 14만명의 경력단절 여성을 새 일자리로 이끌었다.
경력단절 여성을 일터로 되돌려보내는 것뿐 아니라 경단여성이 추가 양산되는 것을 방지하는 정책적 지원망도 필요하다. 기업에 여성인재를 고용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는 만큼 정부는 당근과 채찍 중 '당근'을 택했다. 여가부는 여성이 일과 가정을 동시에 지킬 수 있게 하는 '가족친화제도'를 모범적으로 운영하는 기업·기관을 인증하는 '가족친화인증제도'를 2008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가족친화제도란 출산·육아휴직, 배우자 출산휴가와 임산부 지원 프로그램, 직장어린이집 운영 등의 양육지원과 육아상황을 고려해 근로시간을 선택하거나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유연근무제 등을 포함하며 정시퇴근, 가족초청 행사, 가족돌봄 휴직 등을 지원하는 가족친화적 직장문화 등도 있다. 2008년 14개 기업을 대상으로 시작된 가족친화인증제는 2015년까지 10배가량 증가해 총 1,363개사가 인증을 받았다. 특히 지난해 인증기업 중 중소기업 수는 전년 428개사에서 702개사로 늘었다.
사회적 여건이 여성인재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유도하는 '여성인재 활용과 양성평등 실천 태스크포스(TF)'의 활약도 눈에 띈다. 세계경제포럼(WEF)은 매년 발표하는 성(性)격차지수(GGI·Gender Gap Index) 부문에서 우리나라가 최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점을 문제로 인식해 우리 정부에 TF 구성을 제안했고 2014년 6월 3년간의 운영을 목표로 출범했다. 기업과 민간단체·공공기관 등 사회 전 부문의 100여곳이 동참한 민관 협력체다. 참여기관인 신용보증기금의 경우 전년 대비 여성관리자 수를 62.5%나 늘렸고 현대엘리베이터는 남성 육아휴직 활용을 장려해 '배우자 출산휴가 사용자' 중 51%가 육아휴직을 사용했다. 또 LG산전·현대유엔아이 등은 정시퇴근 문화를 확산시키는 '가족사랑의 날'을 월 2회 이상으로 확대했고 SK이노베이션은 불필요한 초과근무를 없애게 해 '야근' 등 장시간 근로문화를 개선했다. 최문선 여가부 여성인력개발과장은 "전체 육아휴직자 중 남성의 비율이 절대적으로 적기는 하지만 2012년 2.8%에서 2013년 3.3%, 2014년 4.5%, 2015년 5.6%로 비율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추세"라며 "'아빠의 달' 도입에 따른 정책적 효과와 남성의 육아참여 문화가 점차 확산되고 있음을 실감한다"고 말했다.
강민정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원은 "그간의 정책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다면 앞으로는 여성취약 계층의 다양한 특성을 고려한 구체적이고 차별화된 정책이 필요하다"며 "여전히 육아휴직 등 모성보호제도는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의 전유물이고 중소기업이나 비정규직에게는 그림의 떡이라는 현실을 인식해 정책의 사각지대를 찾아내고 소외된 계층을 위한 세부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조상인기자 ccsi@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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