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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日 0% 금리론 경기부양 역부족
수출경쟁력 회복·유동성 확보 등 아베노믹스 일부 효과 있었지만
경기침체 우려 커져 도입 결정… ECB·스웨덴 등선 이미 시행
● 경기회복 대신 부작용 부를수도
은행, 고객 대규모 인출 막으려 예금금리 0% 유지땐 수익률 하락
만회 위해 고위험 부동산 투자 확대… 부동산 값·가계 부채 ↑ 악순환
근본해결책 없인 경제성장 불가능… 정책 의존말고 신성장동력 발굴을
최근 일본의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이 마이너스 금리정책을 도입했습니다. 가계나 기업이 은행에 예금을 맡기듯 시중은행들도 중앙은행에 예금을 하고 있는데 마이너스 금리정책이란 중앙은행이 시중은행들로부터 받은 예금에 대해 마이너스 금리를 부과하는 것을 말합니다. 금리가 통상 양(+)의 값을 갖는 것에 익숙한 우리로서는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우나 금리가 마이너스(-)가 되면 예금을 맡긴 은행들이 중앙은행으로부터 이자를 받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수수료를 지불해야 합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일본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유로화를 사용하는 국가들의 중앙은행인 유럽중앙은행(ECB)과 함께 스웨덴·덴마크·스위스의 중앙은행은 이미 수년 전 도입해 사용 중이라는 점입니다.
오늘은 일본을 포함한 주요국의 중앙은행들이 마이너스 금리정책을 도입한 이유와 정책 효과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각국이 마이너스 금리정책을 도입하게 된 것은 경제상황은 나쁜데 경기를 부양하기 위한 다른 마땅한 수단이 없기 때문입니다. 일본의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일본은 지난 2013년 아베 정부가 집권한 후 이른바 '아베노믹스(Abenomics)'라고 불리는 경제정책을 실시했습니다. 장기간의 경기침체에 빠진 일본 경제를 살리기 위해 정부가 직접 돈을 풀고 산업 구조조정을 유도하는 한편 중앙은행은 국채 등 금융자산을 대규모로 매입했습니다. 특히 중앙은행이 직접 금융자산을 매입하면서 주식·채권 등 금융자산의 가격이 상승했고 시중에 엔화 유동성이 늘면서 엔화의 가치가 미국달러화 등 다른 나라 통화에 비해 떨어져 일본의 수출경쟁력이 회복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본 경제가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최근 들어서는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서는 등 침체 우려가 커졌습니다. 이에 일본은행은 0% 수준이었던 기존 금리를 마이너스 수준으로 낮추게 된 것입니다. 이러한 사정은 일본에 앞서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했던 ECB나 스웨덴 중앙은행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마이너스 금리의 경제이론적인 효과는 금리가 양(+)의 값일 때와 같은 일반적 상황에서의 금리 인하와 동일합니다. 중앙은행이 마이너스 수준으로 금리를 내리게 되면 시장금리 또한 같이 떨어지게 되는 만큼 은행 등 금융기관으로부터 돈을 빌릴 때 발생하는 이자비용이 줄어들어 가계의 소비와 기업의 투자가 늘어나게 됩니다. 또한 돈을 빌려주는 은행의 경우에도 남는 돈을 중앙은행에 예금하게 될 경우 수수료를 내야 하므로 대출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또한 마이너스 금리 도입으로 국내 금융자산의 수익률이 하락하면서 다른 나라 통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국내 통화의 가치가 하락(환율의 상승)하게 돼 국내 수출이 늘어나게 됩니다.
그러나 일본에 앞서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 나라들을 살펴보면 경기회복 효과는 크지 않았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의 성장부진이 지속되면서 이자율이 낮아도 기업들의 투자가 충분히 늘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반면 마이너스 금리 도입 후 은행들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부동산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가계의 빚이 늘어나는 등의 부작용이 발생했습니다.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로 시장금리가 하락하면서 은행들의 대출금리는 떨어졌으나 은행들이 고객들의 예금 인출을 우려해 예금금리는 0% 수준에서 유지함에 따라 은행 대출과 예금 간 금리 차이가 줄어들어 은행의 수익성이 악화됐습니다. 금융기관들은 이 같은 수익률 하락을 만회하기 위해 부동산과 같은 고수익·고위험 자산에 대한 투자를 늘리면서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고 주택을 구입하려는 가계의 빚도 덩달아 늘어나고 있습니다. 일본은행의 마이너스 금리정책 도입 직후 은행 주식을 중심으로 한 일본의 주가 급락 현상은 은행들의 수익성이 악화되는 반면 경기회복은 더디게 진행될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예상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의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각국의 경제성장과 물가안정을 책임진 중앙은행들은 새로운 정책수단을 통해 위기에 대응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마이너스 금리정책 또한 이러한 노력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오늘날의 세계 경제 성장둔화는 근본적으로 전례 없는 규모의 경제위기로 실업자가 크게 늘어나고 빚이 늘어나는 등 성장잠재력이 크게 훼손된데다 선진국들의 인구고령화로 소비가 정체되면서 기업들의 투자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세계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는 마이너스 금리를 비롯한 통화정책으로 대응하는 데 근본적인 한계가 있는 만큼 세계 각국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강현주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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