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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6월23일 '브렉시트' 국민투표… 분열 기로에선 '하나의 유럽'

EU정상 30시간 마라톤 협상끝… 이주민 복지 제한 등 통큰 양보

EU개혁방안 만장일치로 합의

캐머런 "영혼바쳐 설득" 밝혔지만 장관중에도 탈퇴론자 6~7명 달해

국민들 잔류 손들어줄지 미지수


'하나의 유럽'을 추구하는 유럽연합(EU)의 운명이 오는 6월23일 영국 국민투표에서 판가름난다. EU 각국 정상들이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Brexit) 저지를 위한 EU 개혁방안에 합의한 가운데 영국은 이 개혁안을 토대로 EU 잔류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 일정을 확정했다. 4개월 뒤로 예정된 국민투표 결과는 지난 1991년 유럽의 정치·경제 통합을 목표로 출범한 EU의 명운뿐 아니라 세계 경제의 향방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EU, '하나의 유럽' 위해 통 큰 양보=EU 정상들은 벨기에 브뤼셀에서 이틀간 일정으로 열린 정상회의 마지막 날인 지난 19일(현지시간) EU 개혁방안을 만장일치로 합의했다. EU 내에서 유로화를 사용하지 않는 자국의 특수한 지위를 인정해달라는 영국 측 요구를 대부분 수용한 것이다. 외신들은 "브렉시트를 저지하기 위해 각국 정상들이 30시간에 걸친 마라톤 협상을 벌인 결과 사실상 모든 사안을 영국에 양보했다"고 전했다.

영국이 요구한 EU 개혁방안은 이주민 복지혜택 제한, EU 제정 법률 거부권, 옵트아웃(선택적 적용) 존중,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시장에 대한 비유로존 국가의 접근 보장 등이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이번 협상에서 '어느 때보다 긴밀한 연합(ever-closer unoin)'이라는 문구가 영국에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명시해 조약들을 고치겠다는 약속을 얻어냈다. 동유럽 국가들이 '절대 불가'를 외친 복지혜택 제한의 경우 난상토론 끝에 영국 측에 '긴급복지 중단'을 즉시 허용하는 방안이 마련됐다. 이에 따라 영국은 이주민에 대한 복지혜택을 7년간 긴급중단하고 본국에 거주하는 이주민 자녀에 대한 양육수당도 줄일 수 있게 됐다. EU는 또 회원국 의회의 55% 이상이 반대하는 EU 제정법률은 전면 거부하거나 개정을 요구할 수 있는 법률 거부권을 도입하고 EU 규정의 선택적 적용 권한도 확대하기로 했다. 프랑스는 당초 법률안 거부권에 강한 거부감을 표시했으나 '하나의 유럽'이라는 명분을 내세운 EU집행위의 설득에 '찬성' 쪽으로 돌아선 것으로 전해졌다. 캐머런 총리는 합의안 도출 직후 "영국이 EU에 남을 수 있도록 마음과 영혼을 다 바쳐서 국민을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한고비 넘겼지만…국민투표 장담 못해=정상회의 직후 영국으로 복귀한 캐머런 총리는 20일 내각회의에서 6월23일 브렉시트 여부를 결정짓는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또 '내각은 EU 잔류를 권고한다'는 정부 입장을 승인했다.



이번 국민투표는 공식적으로 브렉시트라는 국가 중대사에 대해 영국 국민의 의사를 묻는 것뿐만 아니라 캐머런 내각에 대한 신임 여부를 묻는 성격도 갖는다. 캐머런 총리가 EU 합의 하루 만에 전격적으로 국민투표 일정을 공표한 것도 합의안을 무기로 서둘러 브렉시트 정국을 돌파하고 2기 내각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라는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영국 국민들이 EU 잔류 쪽으로 손을 들어줄지는 불확실하다. 캐머런 내각의 장관들 중에서도 EU 탈퇴론자들이 6~7명에 달할 정도로 EU 반대 여론이 만만찮게 때문이다. 마이클 고브 법무장관, 에너지부 안드레아 리드솜 부장관, 크리스 그레일링 하원 원내대표 등은 탈퇴 캠페인을 펴겠다는 의사를 밝힌 대표적 인물들이다. 반EU를 표방하는 소수정당인 영국 독립당도 "이번 합의안은 한심한 것"이라며 "이번이 EU 탈퇴의 황금 기회"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EU 개혁 합의안에 대한 평가도 박하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지는 합의안이 "작은 이득"만을 안겨준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캐머런 총리의 우군은 오히려 야당인 노동당과 스코틀랜드국민당(SNP)이다.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는 "합의안에 관계 없이 EU 잔류 캠페인을 벌이겠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국민 여론은 혼전 양상이다. 합의안 도출 전에 실시된 콤레스의 여론조사에서는 잔류가 49%로 탈퇴 지지(41%)보다 많았던 반면 유고브 조사에서는 탈퇴(45%)가 잔류(36%)보다 우세했다. /김능현기자 nhkimch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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