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의 이름'의 움베르토 에코, '앵무새 죽이기'의 하퍼 리. 사회적 편견과 부조리에 항거한 세계적 지성들이 잇따라 타개했다. 에코는 향년 84세, 리는 89세.
소설 '장미의 이름'으로 유명한 이탈리아 출신의 세계적 작가이자 기호학자인 에코가 이탈리아 자택에서 19일 오후9시30분(현지시간) 별세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장미의 이름'은 중세 말 수도원을 무대로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제2권의 필사본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연쇄 살인사건을 다뤘는데 세계적으로 40여개 언어로 번역돼 5,000만부 이상이 팔렸다.
에코는 한국과 특별한 인연도 갖고 있다. 그는 지난 2002년 계간 '세계의 문학' 여름호에 실린 한 대담에서 개고기 문화를 비판한 프랑스 여배우 브리지트 바르도에 대해 파시스트라고 일갈했다. 에코는 "어떤 동물을 잡아먹느냐는 인류학적 문제다. 그런 면에서 바르도는 한 마디로 어리석기 짝이 없는 우둔함의 극치"라며 "상이한 문화권에서 서로 다른 관습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많은 사람이 이해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에코는 2012년 한 국내 언론과 진행한 인터뷰에서도 한국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당시 자신의 책이 42개 언어로 번역됐다며 "한국은 내가 쓴 모든 책을 번역한 몇 안 되는 예외적인 나라"라고 고마워했다.
에코는 지난해 일곱 번째이자 마지막 소설인 '누메로 제로'를 출간하기도 했다. 그는 이 소설에서 타블로이드 언론과 음모론 등을 다루며 현대 이탈리아 사회를 비판했다.
'앵무새 죽이기' '파수꾼'을 쓴 미국 작가 리도 18일 저녁 고향인 미국 앨라배마에서 숨을 거뒀다. 1960년 출간된 '앵무새 죽이기'는 흑백 차별이 팽배한 미국의 한 마을에서 흑인 청년이 백인 여성을 강간했다는 누명을 쓴 상황에서 한 백인 변호사가 주변의 위협을 무릅쓰고 변호하는 것이 큰 줄거리다. 다만 흑인 인권 문제는 표면적 주제일 뿐 리가 이 작품에서 근본적으로 파고드는 것은 인간 모두에게 팽배한 편견이다.
'앵무새 죽이기'는 전 세계적으로 4,000만부 이상이 팔렸다. 이 책은 미국 고등학교 졸업 전 필독서이며 1991년에는 미국 국회 도서관이 선정한 '바이블 다음으로 가장 영향력 있는 책' 1위에 뽑혔다. 리는 지난해 '앵무새 죽이기'의 속편이라고 할 수 있는 '파수꾼'을 출간했는데 이후 7개월 만에 비보를 전했다.
/최수문·박성규기자 chsm@sed.co.kr
소설 '장미의 이름'으로 유명한 이탈리아 출신의 세계적 작가이자 기호학자인 에코가 이탈리아 자택에서 19일 오후9시30분(현지시간) 별세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장미의 이름'은 중세 말 수도원을 무대로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제2권의 필사본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연쇄 살인사건을 다뤘는데 세계적으로 40여개 언어로 번역돼 5,000만부 이상이 팔렸다.
에코는 한국과 특별한 인연도 갖고 있다. 그는 지난 2002년 계간 '세계의 문학' 여름호에 실린 한 대담에서 개고기 문화를 비판한 프랑스 여배우 브리지트 바르도에 대해 파시스트라고 일갈했다. 에코는 "어떤 동물을 잡아먹느냐는 인류학적 문제다. 그런 면에서 바르도는 한 마디로 어리석기 짝이 없는 우둔함의 극치"라며 "상이한 문화권에서 서로 다른 관습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많은 사람이 이해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에코는 2012년 한 국내 언론과 진행한 인터뷰에서도 한국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당시 자신의 책이 42개 언어로 번역됐다며 "한국은 내가 쓴 모든 책을 번역한 몇 안 되는 예외적인 나라"라고 고마워했다.
에코는 지난해 일곱 번째이자 마지막 소설인 '누메로 제로'를 출간하기도 했다. 그는 이 소설에서 타블로이드 언론과 음모론 등을 다루며 현대 이탈리아 사회를 비판했다.
'앵무새 죽이기' '파수꾼'을 쓴 미국 작가 리도 18일 저녁 고향인 미국 앨라배마에서 숨을 거뒀다. 1960년 출간된 '앵무새 죽이기'는 흑백 차별이 팽배한 미국의 한 마을에서 흑인 청년이 백인 여성을 강간했다는 누명을 쓴 상황에서 한 백인 변호사가 주변의 위협을 무릅쓰고 변호하는 것이 큰 줄거리다. 다만 흑인 인권 문제는 표면적 주제일 뿐 리가 이 작품에서 근본적으로 파고드는 것은 인간 모두에게 팽배한 편견이다.
'앵무새 죽이기'는 전 세계적으로 4,000만부 이상이 팔렸다. 이 책은 미국 고등학교 졸업 전 필독서이며 1991년에는 미국 국회 도서관이 선정한 '바이블 다음으로 가장 영향력 있는 책' 1위에 뽑혔다. 리는 지난해 '앵무새 죽이기'의 속편이라고 할 수 있는 '파수꾼'을 출간했는데 이후 7개월 만에 비보를 전했다.
/최수문·박성규기자 chsm@sed.co.kr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