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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북한 3대 세습권력 속 경계인 장성택의 삶

■ 장성택의 길

라종일 지음, 알마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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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권력 체제에서나 2인자의 처지는 매우 미묘하게 곤란한 것일 수 있다. 특히 권력이 한 인물에 집중되어 있는 경우, 그리고 권력 승계에 관한 공개적인 규칙이 결여된 체제인 경우 그런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말하자면 당시 장성택이 처한 상황이야말로 그 전형적인 유형이었다. 거의 교과서적인 경우에 해당한다고 나는 생각했다."

저자인 라종일 한양대 석좌교수의 예상은 정확했다. 그는 국가정보원 해외 담당 차장, 대통령비서실 국가안보 보좌관,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장, 주일대사 등을 지낸 국내 최고의 북한 전문가로 꼽힌다.

사석에서 이 같은 얘기를 나눴던 저자는 김정은이 집권한 지 2년 후 정도로 장성택의 숙청시기를 내다봤고, 그 역시 딱 맞아 떨어졌다. 그가 북한의 3대 세습 체제 안에서 '2인자로' 살다가 시신과 무덤조차 없이 비참한 최후를 맞은 장성택의 삶과 뒷이야기를 책으로 내놓았다.

장성택은 김일성종합대학 정치경제학부에 입학하면서 엘리트 코스에 들어섰다. 이 곳에서 김일성이 끔찍히 아끼는 딸 김경희와 그녀의 피할 수 없는 애정공세를 만난 것은 장성택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권력의 중심으로 진입한 그는 김정일의 수족이 되어 딱 찍어 지시하기 어려운 일들을 알아서 처리해 주며 "공식적인 권력 구조와 권력자의 사적인 영역 사이를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하며, 이를테면 '기쁨조'의 심야파티를 준비하는 식으로 1인자의 신임을 얻었다. 그러나 김경희는 사랑했던 남자가 권력의 하수인, 타락한 행사의 심부름꾼으로 전락하는 것에 힘들어했고 시나브로 둘 사이는 벌어지기 시작했다.

저자는 부제에 신(新)이 아니면서도 종교에 가까운 맹신적 체제를 구축하고자 한 북한의 세습구조를 '신정(神政)'이라 하고, 이들 권력의 핵심과 외부의 '경계인'으로 장성택을 지칭했다. "가능한 한 실제로 일어났던 일을 반영하는 데 충실"한 논픽션임에도 장성택의 드라마틱한 삶 자체가 소설처럼 흥미롭게 책장을 넘기게 한다. 1만6,000원.

/조상인기자 ccsi@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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