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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C·러 감산 희망고문?

러 "사우디 산유량 5% 감축 제안"… OPEC "그런적 없어" 즉각 반박

엇갈린 보도에 국제유가 급등락

'美 셰일 죽이기' 사우디 소극적… 러, 감산 위반 전력에 불신 높아

협상 진행돼도 합의 가능성 희박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가 공동 감산설을 두고 진실게임을 벌여 내막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양측 모두 국제유가 추락에 경제난이 심화되면서 이전보다 감산에 유연한 신호를 보내고 있지만 실제 행동으로 옮길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분석했다.

28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장중 한때 7.8%까지 치솟았다가 결국 2.9% 오른 배럴당 33.2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국제유가가 롤러코스터를 탄 것은 엇갈리는 보도가 쏟아졌기 때문이다. 이날 알렉산더 노바크 러시아 에너지장관은 "사우디아라비아가 산유량을 5% 감축하자고 제안했고 다음달 OPEC과 만나 감산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측이 5%씩 감산하면 하루 200만배럴이 줄면서 공급과잉이 상당 부분 해소된다.

하지만 OPEC 고위관계자가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블룸버그를 통해 "5% 감산은 베네수엘라와 알제리의 오래 전 제안으로 사우디의 제안은 전혀 없었다"고 반박하면서 시장 분위기가 식어버렸다. 다만 이 관계자는 "사우디와 OPEC 회원국은 석유시장 안정을 위해 협력할 의사가 있고 모든 가능성이 고려될 수 있다"며 여지는 남겼다.

현재 OPEC 회원국 내에서도 감산 압력이 커지는 상황이다. 아딜 압둘마흐디 이라크 석유장관은 26일 "사우디와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이 감산 논의에 유연한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가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처한 베네수엘라도 2월 OPEC 회원국과 비원국 간 긴급회의 소집을 요청한 상태다. 로이터는 OPEC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회원국 내에서 협상에 나서려는 분위기는 조성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실제 논의 테이블이 마련될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협상이 진행돼도 합의안을 마련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우선 OPEC의 맹주인 사우디가 경제난을 각오하고 미 셰일 업체를 고사시키기 위해 감산에 소극적이다. 사우디와 러시아가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퇴진 여부를 놓고 대립하는 것도 합의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더구나 러시아는 지난 2001년 감산에 합의하고도 나중에 위반한 전력이 있어 OPEC의 불신을 사고 있다. 특히 이란이 서방 제재 이전의 시장 점유율을 되찾기 위해 앞으로 1년 내 하루 100만배럴 증산을 고집하는 것이 최대 걸림돌이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감산 논의가 시작돼도 일러야 4~5월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러시아와 사우디가 감산을 단행할 경우 국제유가가 급등할지도 회의적이다. 유가가 반등하면 공조가 불가능한 미 셰일 업체의 생산량이 쏟아질 게 뻔하기 때문이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미국의 지난해 10월 원유 생산량은 하루 935만배럴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913만배럴보다 오히려 증가했다.

/뉴욕=최형욱특파원 choihu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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