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차이나머니를 앞세운 대규모 경제협력으로 이란을 품으며 중동 지역에서 미국을 압박하고 있다.
24일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중동 순방 마지막 일정으로 이란을 방문한 시 주석은 23일(현지시간)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열고 10년 안에 양국의 교역 규모를 6,000억달러로 늘리기로 합의했다. 이는 지난 2014년 중국과 이란의 교역 규모의 11배가 넘는 규모다. 공동성명에서 두 정상은 "양국은 국제 현안과 중동 문제, 양국 간 관계 등 모든 사안에서 포괄적이고 전략적으로 협력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국제사회의 이란에 대한 제재가 해제된 후 외국 정상으로는 처음 이란을 찾은 시 주석은 이번 방문에서 다양한 경제협력 선물을 안기며 중국의 중동 전략에 이란을 편입시키려 시도했다. 양국은 시 주석의 방문에 맞춰 경제·산업·문화·법률 등의 분야에서 앞으로 25년간 협력하는 내용의 17개 협약을 맺었다. 이란 국영 IRNA통신은 이들 협약에 중국의 정책기조인 '일대일로(一帶一路ㆍ육해상 실크로드)'와 관련된 내용도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특히 일대일로 사업의 일환으로 이란의 테헤란~마슈하드 구간 고속철 건설을 중국이 금융지원 등을 통해 돕기로 했다.
시 주석의 이란에 대한 협력은 두 가지 목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우선 제재가 해제된 이란에 먼저 손을 내밀어 중국 자본과 기업들이 이란의 경제개발 과정을 선점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고 이란의 석유시장에 진출하겠다는 것이다. 시 주석은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란은 중동에서 주요한 동반자"라며 "특히 에너지 시장에서 이란과 전략적 협력을 바란다"고 말했다. 아울러 일대일로의 주요 거점으로 이란을 활용한다는 포석이다. 시 주석은 "중국과 이란은 모두 고대의 문명국으로 2,000년 전 실크로드를 통해 우호적으로 왕래하면서 정을 두텁게 했다"고 강조했다.
중동 지역에서 미국의 독점을 깨겠다는 중국의 의지도 이번 시 주석의 중요한 전략 중 하나로 보인다. 실제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만난 시 주석은 "실크로드상에 있는 나라들이 협력해야 이 지역의 경제적 균형을 방해해왔던 미국으로부터 이익을 지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고 최고지도자실은 전했다. 이어 시 주석은 "일부 강대국은 독점의 규칙을 추구하려 한다"며 "그렇지만 신흥경제권의 발전은 그들의 독점력을 약하게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미국의 적대적 정책으로 이란이 중국과 같은 독립적인 국가와 관계를 더 확대하게 됐다"고 말하면서 미국의 중동 정책을 강하게 비난했다.
중국 내에서는 시 주석의 이번 방문으로 서방 제재가 해제된 이란 경제에 대한 선점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왕원 인민대 충양연구원장은 "외부 환경 개선에 이란은 폭발적으로 성장하기 직전인 만큼 시 주석의 방문이 주가폭등 전 저가매수와 같다"고 평가했다. 반면 중국이 경제적으로는 역할을 하더라도 정치적으로 분쟁조정자의 역할은 하지 못할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주즈췬 미국 버크넬대 교수는 "중국이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간 불화 등 지역분쟁을 해결하는 정직한 중재자 역할을 하지 못할 것"이라며 중국의 주요 외교정책 목표는 자국 발전을 뒷받침할 경제협력 방안을 찾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베이징=김현수특파원 hskim@sed.co.kr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