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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판사는 재판 과정에서 피고인에게 "한심하다, 한심해"라고 하거나 "무슨 삼류 드라마 같아 실체적 진실을 찾을 가치가 전혀 없다"며 막말을 서슴치 않았다. A판사는 또 다른 재판에서는 회사 대표를 맡고 있는 피고인을 향해서는 "대표 자리에 앉아 있을 자격이 없는 사람이 앉아 있다"고 말했다. 방청석에는 이같은 발언을 들은 해당 피고인의 가족과 친지들은 울분을 토했다.
이혼 사건을 담당한 B판사는 재판 중 여성 당사자에게 "부잣집에 시집가서 누릴 것 다 누리고 살지 않았으냐"며 "도대체 얼마를 더 원하느냐"는 폭언 등을 쏟아내며 조정을 강요했다.
이처럼 법정에서 막말하거나 소송 당사자들을 고압적으로 대하는 일부 판사들의 언행과 태도가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지방변호사회(이하 서울변회)는 '2015 법관평가' 결과를 발표하고 이 같은 '막말판사' 사례를 다수 공개했다. 서울변회 회원 1,452명이 참여한 이번 평가에서 법관 1,782명의 평균 점수는 100점 만점에 73.01점으로 지난해(73.2점)와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평가 결과 개인 점수 50점 미만을 받은 하위 법관 수는 18명으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013년 10.58%에서 2014년 4.58%, 2015년 3.24%로 줄긴 했으나 막말이나 고압적인 태도, 인권보호 소홀 등은 전혀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최하위권 5위 안에 포함된 서울 소재 법원의 모 판사의 경우 항소 이유를 1분씩 구술 변론하라고 요구하고 할당시간이 지나자마자 다음 사건을 진행하는 등 고압적으로 절차를 진행했다. 또 법정에서 갑자기 판례번호를 불러주고 퇴정해 해당 판례에 대한 입장을 정리해오라고 하고 무리하게 조정을 유도하거나 증거신청을 취하하도록 하는 등 변호인의 변론권을 심각하게 제한했다. 이 외에도 한 판사는 소송대리인의 구두 변론에서 "그래서? 그게 뭐?" 등 반말을 썼고 또 다른 판사는 성범죄 사건 재판에서 '피해자'가 아닌 실명을 계속해 거론하는 등 인권 보호는 무시한 행태를 보였다. 서울변회는 개인 점수 50점 미안의 하위 법관을 선정했지만 명단은 공개하지 않고 당사자에게 개별적으로 알리기로 했다.
반면 풍부한 법률 지식을 바탕으로 피의자·피해자 쌍방 의견을 경청하는 등 모범사례도 나왔다. 이날 우수법관으로 선정된 판사는 2년 연속 우수법관으로 선정된 여운국 서울고등법원 판사를 비롯해 허익수 서울가정법원 판사, 정형식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임선지 광주지법 목포지원 부장판사, 손주철 춘천지법 원주지원 부장판사, 송미경 서울중앙지방법원 판사, 김관용 서울고등법원 판사, 임정택 서울중앙지방법원 판사 등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의 공통점은 재판 내내 피의자·피해자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는 점이다.
/안현덕기자 always@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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