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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 겨울 추위 단상


"가게 밖에 뒀던 소주 박스가 모두 얼어 터져 못쓰게 됐습니다." 기록적 한파가 덮쳤던 1981년 TV뉴스에서 흔히 듣던 구멍가게 주인의 불평이었다. 지금처럼 전문 캐스터가 아니라 중앙관상대(기상청의 전신) 통보관이 직접 그림을 그려가며 날씨 예보를 하던 35년 전 일이다. 이해 1월 한파는 기상관측 이래 최악의 수준이었다. 특히 경기도 양평의 1981년 1월5일 기온은 -32.6도로 떨어졌으며 1월4일과 6일도 -31도 등 3일 연속 영하 30도 이하였다.

소주병뿐만 아니라 사이다·콜라 등 음료수병까지 얼 수 있는 모든 것이 얼어붙었던 매서운 추위였다. 오죽하면 연일 계속된 한파 보도에 악영향을 우려한 양평군민들이 기상 관측소의 이전을 요구했으며 이에 따라 관측장소를 옮겨 이후에는 이 같은 기록이 다시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이 추위는 소한(小寒) 시기에 발생해 "소한이 대한이 집에 놀러 갔다가 얼어죽었다"는 속설을 제대로 증명했으며 봄까지 영향을 미쳐 이해 5월17일에는 눈까지 오기도 했다.

과거의 기억 중 추위에 대한 기억만큼 선명하고 오래가는 것은 없다. 60대 이상만 기억할 수 있는 1963년 또한 기록적으로 추운 겨울이었다. 대한뉴스 제402호(1963년 2월)는 인천항이 개항 이래 80년 만에 얼어붙어 58만여평의 내항이 폐항 사태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마치 북극해의 난빙(亂氷) 속에 갇혀 있는 것처럼 배들이 여기저기 얼음 위에 솟아 있는 모습은 지금 봐서는 정말 믿기지 않을 정도다.



북극 한파의 영향으로 19일 전국이 올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씨를 기록했다. 서울의 수은주는 -15도까지 떨어졌으며 다음주 중반까지 -10도 안팎의 한파가 이어진다고 한다. 곳곳에서 동파·동결 사고가 일어나고 출퇴근길 시민들의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지난주 말까지 영상의 온도를 보였던 만큼 더욱 춥게 느껴지지만 동시에 모처럼 계절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데 대한 반가움도 같이 든다. /온종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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