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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금기' 정말로 나쁜 것들인가

■ 삼십금 쌍雙담談 (강신주·이상용 지음, 민음사 펴냄)

하드코어 포르노·식인·파시즘 등

금기시 되는 소재 다룬 영화 통해 욕망 건드리는 원초적 강렬함 강조

금기가 삶에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도전·행동한 후 스스로 판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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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의제국
감각의 제국
시계태엽오렌지
시계태엽 오렌지
소돔120일
살로, 소돔의120일


영화의 가장 높은 등급은 '19금(禁)'인데, 철학자 강신주와 영화 평론가 이상용의 대화를 엮은 이 기록의 등급은 무려 30금이다. 저자들이 변명하길 이 표현은 그저 '정신과 인격이 성숙한 사람들을 환영한다'는 취지지만, 실제 담고 있는 내용도 아직 미성숙한 인격에는 쉽게 추천하기 힘들어 보인다. 우리 모두 좀 더 나빠지자고 권하고 있기 때문이다.이를테면 욕정만이 가득한 무분별한 섹스가 뭐가 나쁘냐고 되묻고, 복수를 생활화하라고 북돋는다. 폭력의 유혹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더욱 압도적으로 강해질 것을 조언하고 동방예의지국의 덕목인 '서열 정리'에 대해서도 단호히 거부하라고 강조한다.

즉, 저자들은 우리 사회가 규율과 도덕으로 금기시하고 있는 것들에 대해 그것들이 정말로 나쁜 것들인가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논의를 좀 더 쉽게 하기 위해 두 저자는 가장 친숙한 대중매체인 영화를 빌려 온다.

오시마 나기사 감독의 '감각의 제국(1976)'과 스탠리 큐브릭의 '시계태엽 오렌지(1971)', 피에르 파올로 파솔리니의 '살로, 소돔의 120일(1975)'과 루이스 브누엘의 '비리디아나(1961)' 등 영화사의 명작으로 평가받는 총 4편이다. 안타깝게도 이 영화들의 공통점은 보고 있기가 매우 불편하고 심지어 불쾌하기까지 하다는 점일 테다.

영화들은 섹스와 폭력성, 파시즘(권력에 의한 지배)에 의한 사디즘과 카니발리즘(식인 풍습), 성스러움과 속됨 등 금기시 되는 가치를 다루며 통상의 관객들이 견뎌내기 힘든 극단적인 지점까지 밀고 나간다.



이를테면 '사다'와 '기치'의 불륜을 그린 '감각의 제국'은 노골적인 성애 묘사가 반복되는 하드코어 포르노로 여성이 성관계 중 남성을 죽이고 그의 성기를 잘라 몸 속에 지니고 다니는 지독한 장면까지 나온다. '시계태엽 오렌지'에는 악인이 흥겨운 콧노래를 부르며 강간과 살해를 거듭하는 장면이, '살로, 소돔의 120일'에는 똥을 먹고, 눈알을 뽑는 적나라한 이미지가 치밀하게 그려진다.

그러나 이 영화들이 그저 자극적이고 파격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저자들은 이 영화들이야 말로 권력 집단이 줄곧 금기시해 오던 우리 내면의 억압된 욕망을 건드리는 원초적 강렬함이 있다고 강조한다.

'감각의 제국'의 적나라한 성애 장면에 놀랬던 사람들은 그를 통해 자기 욕망을 되돌아보게 되고 '살로, 소돔의 120일'의 고문과도 같은 장면들을 보며 고통받은 끝에 '파시즘이란 세상에서 사라져야 할 최악의 것'이라는 선(善) 의지를 불태울 수 있다고 설명한다. 까닭 모를 불쾌감을 호소하며 이런 영화를 왜 봐야 하느냐는 관객들에게는 날 선 비판을 하기도 한다.

진정으로 성숙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민낯을 똑똑히 들여다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우리 사회의 금기들이 내 삶에 진짜 좋은 건지 나쁜 건지를 알기 위해선 그 금기와 규칙에 얽매이지 말고 직접 도전하고 행동한 후 스스로 선택하고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 책을 관통하는 저자들의 주장이다. 대담을 책으로 엮은 덕분에 술술 읽히는 것이 책의 장점이다. 골치가 아파 오는 철학적 주제를 다루는 듯 하지만 대중매체인 영화를 매개로 관객들과 질의응답을 통해 쉽게 접근하고 있어 누구나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 1만4,000원.

/김경미기자 km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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