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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오전10시30분 북한은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근처에서 제4차 핵실험을 기습적으로 감행했다. 북한 당국은 '수소폭탄 시험의 완벽한 성공' '주권국가의 자위적 조치' '미국 핵이 있는 한 하늘이 무너져도 북한은 핵 불포기' '북한은 이미 핵강국' 등 호언장담하는 내용을 천명했다. 이번 북한이 실시한 핵실험이 핵폭탄(A-Bomb)인지 수소폭탄(H-Bomb)인지 혹은 증폭핵분열탄(BFD)인지에 대한 논란은 있다. 그러나 제4차 북한 핵실험은 다음과 같은 심각한 의미를 가진다.
우선 북한의 핵무기 보유는 김일성에서 김정은까지 3대에 걸친 지상지고의 숙원과제이며 어떠한 어려움에서도 만난을 무릅쓰고 기어코 핵보유국이 되겠다는 신앙적 신념이었고 이 신념이 사실상 무서운 현실이 되고 있다는 의미다. 북한이 이토록 핵보유국에 집착하는 것은 핵무기만 보유하면 비록 세계 최빈국이라는 어려움에 직면해 있더라도 절대로 북한 정권이 망하지 않는다는 신앙적인 신념을 가졌기 때문이다. 북한은 핵보유국만 되면 종합국력은 남한에 뒤지지만 결국 북한 중심으로 한반도의 공산화 통일을 이룰 수 있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북한이 핵보유국만 되면 통일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비핵국 남한이 사실상 북한의 인질 혹은 볼모가 될 수밖에 없다는 꿈을 꾸고 있다. 북한의 이러한 신앙적인 꿈을 엄청난 현실로 성큼 다가오게 한 것이 제4차 북한 핵실험이다.
다음으로 이번 북한 핵실험은 김정은 통치의 상징력 제고라는 큰 의미가 있다. 김정은 집권 4년차를 맞았지만 국내적으로 아직 불안한 요소가 있다. 국제적으로도 '어리고 철없는 지도자'라는 일종의 얕잡아보는 부정적인 요소들이 있는 게 사실이다. 이러한 부정적 요소들을 깨끗이 날려버리기 위한 방책으로 기습적인 핵실험을 감행했다. 중국이 말려도, 미국이 싫어해도 김정은은 한번 결심하면 갈 길을 간다는 강성 지도자의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해 초강수를 둔 셈이다. 이러한 목적은 어는 정도 성공을 거뒀다.
다음으로 북한이 수소폭탄 실험이라고 강변하는 것은 이미 원폭실험은 완결됐고 그들의 핵 개발 능력이 수소폭탄까지 실험하는 월등한 경지에 이르렀다는 점을 과시하기 위해서다. 북한이 제3차 핵실험 이후 국제적으로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기 위해 갖은 노력을 했지만 이래저래 무시당하고 있는 현실을 돌파하기 위해 이번 실험을 단행했다.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지 못함으로써 협상력 차원에서 답답한 현실을 돌파하기 위해 핵실험을 감행했다. '이래도 핵보유국이 아니냐'라는 항변이자 핵보유국임을 굳히는 작업이었다.
마지막으로 북한의 제4차 핵실험은 대한민국이 생존 차원에서 완전히 새 판을 짜야 하는 현실적 상황을 초래했다. 대한민국은 더 이상 실효성 없는 북한의 비핵화 주제를 안고 세월을 보낼 수 없다. 대한민국은 이제 북한을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가정하고 국가생존 차원에서 안보정책을 근본적으로 수정해야 한다. 북한의 비핵화는 국가안보 차원에서 가장 좋은 것이었지만 지난 23년간 사실상 실패했다. 국가안보는 포기가 있을 수 없다. 이제는 북한이 핵무기를 실전 배치한다고 보고 그 핵무기를 절대로 남한에 사용할 수 없도록 하는 철저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지혜로운 국가전략이다. 적이 보유한 무기를 절대로 사용하지 못하게 적에게 공포심을 주면서 철저하게 억제하는 것이 '공포의 균형'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떤 형태든 대한민국도 핵무기를 보유해야만 한다.
/송대성 건대 정외과 교수·전 세종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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