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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갤러리] 진기종 '신을 향한 항해'

진기종
진기종 '신을 향한 항해', 플라스틱과 나무로 만든 조각, 150x80x80cm, 2015년작. /사진제공=갤러리현대

금빛 인물상은 '신(神)을 향한 항해'라는 이름에 걸맞게 위엄 있다. 그러나 이들은 얼굴이 없다. 아니 더 정확히는 몸뚱이도 없다. 껍데기뿐인 화려한 옷자락만 휘날리고 있다. 작가 진기종이 '무신론 보고서'라는 제목의 개인전에서 선보인 이 작품은 세계 5대 종교인 이슬람·가톨릭·힌두교·불교·개신교의 지도자들을 형상화했다. 황금빛을 내뿜는 성직자들은 목적지를 찾을 눈도 없이 그저 초라한 나무배에 의지해 흘러가고 있다. 작가는 "신이 지정해줬다는 대리자의 가르침들은 어찌 보면 인간이 살아감에 있어 올바른 삶의 방향을 제시해줄 수도 있겠으나 그것이 과연 정말 신이 대리자를 통해 전한 내용일까, 아니면 신의 존재를 합리화하고 종교의 당위성을 위해 위장한 지침서일까"라고 질문한다. 위태롭고 안쓰럽기까지 한 이 우스꽝스러운 장면이 어쩌면 우리의 실상이 아닐까. 가장 치열한 전쟁이 종교라는 이름으로 벌어지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니 틀린 말도 아니다.

/조상인기자 ccsi@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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