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현대인의 고질적인 병증으로 언제부터인가 자리 잡아 버렸다. 그러나 우울증의 원인 진단은 여전히 분분할 뿐 이렇다 할 만한 결론에 도달하지는 못한 듯 하다. 여러 원인 중 한 가지를 꼽으라면 쓸데없는 생각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며 자신의 생각이 쓸데없는 것인지 조차 모르고 있다는 것. 지난해 출판계의 키워드가 불안, 미움 등이라는 데서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적지 않은 사람들이 정체 모를 수많은 생각에 휩싸여 지나치게 불안에 떨며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일본의 베스트셀러 저자이자, 스님인 나토리 호겐은 이에 대한 처방전을 한마디로 내 놓고 있다. ‘신경 쓰지 말라’. 저자는 절에서 혹은 포교원에서 만난 많은 사람들과의 대화에서 해야 할 생각과 하지 말아야 할 생각의 기준을 잡는 노하우를 알려준다. 저자는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중도의 길을 일상에서 만나는 많은 사람들과의 대화에서 포착해 쉽게 설명해 나간다.
책은 ‘착하게 살라’ ‘상대방과 마찰을 일으키지 말라’ ‘모든 것을 깨우쳐라’ 식의 영혼 없는 조언은 하지는 않는다. ‘착하게 살라’는 격언 대신 ‘평온한 마음을 유지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르라’ 혹은 ‘상대방과의 마찰을 일으키지 말라’ 대신 ‘모든 일은 초기에 마찰을 일으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등 납득할 수 있는 말로 조용히 말한다.
‘신경 쓰지 말라’는 조언을 듣는다고 해서 당장 컴퓨터 회로를 차단하듯 신경을 꺼버릴 수는 없지만, 읽다 보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대목이 적지 않다. 저자의 말대로 신경을 끄는 것도 연습이 필요하니, 마음의 평화를 갈구한다면 저자가 시키는 대로 신경을 끄는 연습을 부단히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하다. 신경 써야 할 일이 더욱 또렷해지는 효과를 누릴테니 말이다.
사족 하나. 사회의 규범과 몸에 익은 선입견으로 상대방을 한치의 오차도 없이 재단하고 있거나, 다른 사람의 평판을 소중히 여기느라 자신이 누구인지 모른 채 겉만 포장하는 데 열중하고 있거나, 혹은 복잡한 생각에 빠져 거울에 비친 자신의 찡그린 얼굴을 보고 깜짝 놀란 경험이 있다면 일독을 권한다./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문학박사)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