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기고] 새해 현대차 노사에 거는 기대

이승길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대학교수들이 선정한 2015년 한 해의 사자성어인 '혼용무도(昏庸無道·세상이 온통 어지럽고 도가 없음)'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와 노동개혁 등을 둘러싸고 여전히 갈등 중인 우리 사회의 상황을 압축한 말이지만 산업계 노사관계의 현실을 잘 대변하는 문구이기도 하다. 지난 한 해 저성장 기조 속에서 기업들은 계속되는 노조의 과도한 실리보상 요구와 통상임금 확대, 임금피크제 도입까지 난제가 많았다.

이 와중에 현대자동차 노사는 지난달 6개월간에 걸친 임금단체교섭을 마무리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현대차 임단협은 매년 강성노조에 밀려 '성과급 퍼주기'라는 비난을 받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다. 사실상 2013년부터 현대차에서 시행 중인 임금피크제 시스템을 확대 시행하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어려운 숙제였다. 실제로 지난해 9월께 교섭이 거의 마무리된 상황에서 임금피크제 확대가 쟁점이 돼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임금피크제 논의 거부'를 공약으로 내세운 강성 집행부가 당선된 후 단기간 교섭 끝에 '현재 시행 중인 임금피크제 확대 방안을 2016년 단체교섭 합의 후 시행'이라는 진일보한 결정을 이끌어낸 것은 분명 성과다.

현대차는 이미 실질적으로 60세 정년제도를 도입하고 있기 때문에 반대급부 없이 노조의 양보를 얻어내기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정부도 공공 부문에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기 위해 미도입 사업장에 임금상 불이익을 줄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을 뿐 아니라 일부 기관은 노조의 고발까지 당하면서 힘겹게 목표를 달성했다.

이처럼 기득권 양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민간기업인 현대차 노사가 이룬 합의는 의미가 있다. 또 임금과 성과급도 경영상황을 반영해 예년보다 축소되고 삶의 질과 생산성 향상을 위한 근로시간 단축 합의도 이뤘다.



이러한 노사 합의는 우리 사회 안정화에 기여하는 부분이 크다고 생각한다. 현대차 노사의 합의로 지난해 말 민주노총의 총파업 일정이 미뤄진 사실만 봐도 그 영향을 짐작할 수 있다. 현대차 신임 노조 집행부도 이번 교섭을 통해 합리적이고 책임감 있는 리더십을 증명했다. 모두의 관심이었던 '임금체계 개편'과 '임금피크제 확대'가 당장 시행되지 않아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노사가 해당 사안을 단기간에 해소하는 것이 사실 부담스러운 일이기도 했다.

현대차의 발전적인 노사합의를 보면서 향후 노사관계에 거는 기대가 매우 크다. 상생과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한 현대차의 노사관계 개선 노력을 모두가 주목하고 있다. 임금체계 개편을 놓고 합리적 방안을 차근차근 모색해나가기를 기대한다. 모쪼록 병신년 새해에 현대차 노사가 화합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높임으로써 '화이능취(和以能就·화합으로 능동적이고 진취적으로 목표를 달성함)'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