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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공' 박성현 "올 목표는 안정된 장타자"

KLPGA '최고 우량주' 박성현

전훈서 페어웨이 적중률 높여 한국여자오픈 첫 2연패가 꿈

취미는 화장실·고양이집 청소

남자같은 이미지에 붙임머리 고려… '박성현 변했다' 하실까 관뒀죠

프로골퍼 박성현 인터뷰6
프로골퍼 박성현이 2016년을 뜻하는 숫자 촛불로 장식된 케이크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이호재기자
프로골퍼 박성현 인터뷰12


"경기할 때 좀 더 웃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요. 하지만 아직 표정에 신경 쓸 정도로 여유 있는 위치는 아닙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3년차에 접어드는 박성현(23·넵스)은 2016시즌 최고 우량주로 꼽힌다. 2015시즌 메이저대회 1승을 포함한 세 차례 우승으로 상금랭킹 2위(약 7억3,000만원)에 오른 그는 이번 시즌엔 독주체제를 굳힐 것으로 전망된다. 박성현은 지난달 현대차 중국여자오픈에서 우승하면서 일찌감치 2016시즌 첫 승을 챙겼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로 떠나는 2015시즌 상금 1위 전인지(22·하이트진로)의 빈자리를 박성현이 메우고도 남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최근 인터뷰에서 박성현은 그러나 독주 전망에 대해 고개를 가로저었다. "2015년은 잘 풀렸지만 새해의 일은 또 모르는 거잖아요. 더 좋은 선수들도 나올 테고…. 독주라는 말은 이른 것 같습니다."

눈웃음이 매력으로 꼽히는 박성현은 필드 안과 밖에서 전혀 다른 사람 같다는 얘기를 종종 듣는다. 필드 안에서는 좀처럼 웃는 법이 없어 차가워 보이지만 골프채를 놓으면 차가운 인상은 찾아볼 수 없다. 짧은 머리에 소년 같은 이미지의 그는 연말 시상식에서 어깨를 드러낸 드레스로 여성미를 뽐내기도 했다. 박성현은 "웃어달라는 요청이 많지만 그럴 정도로 여유 있는 위치가 아니기도 하고 골프를 할 때는 진지한 모습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성현은 3월 재개되는 KLPGA 투어 2016시즌 준비를 위해 미국 캘리포니아주 테메큘라에서 전지훈련 중이다. 데뷔 시즌인 2014시즌 상금 34위(1억2,000만원)에 그쳤던 그는 코치도 없이 혼자 테메큘라에서 자신을 몰아붙인 뒤 2015시즌 대박을 터뜨렸다. 이번에도 박성현은 같은 곳에 '나홀로 캠프'를 차렸다. 외진 곳이라 골프에만 매달릴 수 있다는 설명. 박성현은 "극기훈련 잘하고 돌아오겠다"고 했다.

2015시즌을 키워드로 정리해달라는 요청에 "닥공"이라고 말한 박성현은 "2016시즌 키워드는 '안정된 장타자'이면 좋겠다"고 밝혔다. '닥공'은 '닥치고 공격'의 준말. 드라이버 샷 평균거리 1위(254야드)의 시원한 장타를 자랑하는 박성현은 돌아가는 법을 모르는 화끈한 골프로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인터넷 팬클럽 회원 수가 1,000명에 육박하며 최근 사랑의열매에 1억원을 기부하기도 했다. 박성현은 "닥공이라는 말의 뜻을 뒤늦게 알게 됐는데 재밌고 신선했다"며 "드라이버 샷의 페어웨이 적중률을 더 높여서 안정된 장타자가 되는 게 새해 목표"라고 설명했다.



집안의 화장실과 고양이 집을 청소하는 게 스트레스 해소법이라는 그는 새해 또 다른 목표도 있다. 어릴 적 필리핀 전훈 때마다 경험했던 승마를 본격적인 취미로 발전시키는 것. 박성현은 "돈 많이 벌면 말 사겠다고 엄마한테 입버릇처럼 말할 정도로 말을 좋아했다. 꽤 잘 타기도 했다"며 "새해에는 시간이 된다면 승마를 다시 하고 싶다"고 말했다.

눈부신 2015시즌을 보낸 덕에 박성현은 LPGA 투어 대회 초청출전 기회가 많아졌다. 3~4월 KIA 클래식과 ANA 인스퍼레이션이 그 시작이다. 지난해 국내에서 열린 LPGA 투어 KEB하나은행 챔피언십에서 준우승한 터라 팬들의 기대는 더 크다. 초청출전 대회에서 우승하면 LPGA 투어에 직행할 수 있다. 앞서 김효주(21·롯데)와 전인지도 그렇게 미국 무대에 진출했다. 박성현은 신중한 입장이다. "초청출전 대회에서 우승한다 해도 미국에 진출하고 싶은 마음은 지금으로서는 40%뿐이에요. 아직 준비가 덜 됐다는 느낌입니다."

박성현은 "데뷔 첫 승을 거뒀던 한국여자오픈에서 올해도 우승해 대회 최초의 2년 연속 우승자가 되는 게 전반기 목표"라고 했다. "길을 가다 알아봐 주는 분들이 생겨 인기를 조금은 실감한다"는 그는 머리를 기를 생각은 없느냐는 물음에 눈웃음을 지었다. "가짜 머리카락을 붙여보려고도 했어요. 근데 그러다 '박성현 변했다'는 얘기가 나올까 봐 단념했죠. 저랑 대화를 해본 분들은 다들 여성스럽다고 인정해주니 괜찮습니다."

/양준호기자 miguel@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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