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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김정일 시대의 정책구호인 선군(先軍)에 대한 언급을 줄이는 대신 경제를 앞세웠다. 지난 2011년 12월 집권 이래 권력 기반을 다져온 김 제1위원장이 선대와의 차별화에 나서면서 올해 5월 노동당대회 관련 성과 창출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3일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의 분석에 따르면 김 제1위원장이 신년사에서 선군을 언급한 횟수는 지난 2012년(신년공동사설) 17회에서 2013년 6회, 2014년 3회, 2015년 4회, 올해는 2회로 감소 추세다. 이러한 변화는 김 제1위원장이 집권 이후 김정일 시대에 비해 군사보다 경제를 상대적으로 더 중시하는 정치를 펴고 있는 것과 관련이 있다는 게 정 실장의 지적이다.
지난해 신년사와 달리 올해는 경제 분야가 정치·군사·사상 분야보다 먼저 언급된 것도 특징으로 꼽힌다. 김 제1위원장은 "경제강국 건설에 총력을 집중해 나라의 경제발전과 인민생활향상에서 새로운 전환을 일으켜야 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한 분야로 전력·석탄·금속공업과 철도운수부문 등을 꼽았다.
지난해 신년사에 포함돼 있던 경제·핵 병진 노선과 핵 억제력에 대한 언급이 없는 점도 주목된다. 북한의 핵개발에 부정적 입장인 중국 지도부를 의식한 결과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통일연구원은 "북중 정상회담이 성사될 가능성이 예년에 비해 높다"며 그 시점으로 7월의 북중 우호 협조 및 상호원조 조약 체결 기념일, 9월의 북한 정권 수립 기념일 전후를 지목했다.
김 제1위원장은 남북관계에 대해서는 "북남대화와 관계개선을 위해 앞으로도 적극 노력할 것이며 진실로 민족의 화해와 단합, 평화와 통일을 바라는 사람이라면 누구와도 마주앉아 민족문제, 통일문제를 허심탄회하게 논의할 것"이라고 원론적인 언급을 내놓았다. 그러면서도 "남조선당국은 북남대화와 관계개선의 흐름에 역행하여 우리의 체제변화와 일방적인 제도통일을 노골적으로 추구하면서 북남 사이의 불신과 대결을 격화시켰다"고 우리 정부의 통일정책을 비난했다. /박경훈기자 socool@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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