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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기타 치는 남자, 왜 매력적인가 했더니…

■ 음악 본능 (크리스토프 드뢰서 지음, 해나무 펴냄)

Bof Gypsys
'밴드 오브 집시스'. 지미 헨드릭스가 오랜 친구 버디 마일스, 빌리 콕스와 함께 밴드 오브 집시스를 결성해 만든 동명의 생애 마지막 라이브 앨범. 197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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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은 왜 발생했을까? 진화론의 아버지 다윈은 음악의 목적을 새들이 지저귀는 목적과 동일하다고 믿었다. 그는 '인간의 유래와 성 선택'을 통해 "인류의 남성 조상이나 여성 조상은 처음에 이성을 매혹하기 위해 음악적인 가락과 박자를 습득했다"고 말했다. 즉 음악은 구애 활동이라는 것. 음악과 관련된 몇 몇 현상을 볼 때 다윈의 주장은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 미국 뉴멕시코 대학의 진화심리학자 제프리 밀러는 지금도 다윈의 견해를 옹호하며, 그의 저서 '연애'에서는 인간의 정신 전체가 성 선택을 통해 발전했다고 주장했다. 구석기 시대의 젊은 남자는 오랫동안 쉬지 않고 아름답게 노래하고 춤춤으로써 창조성, 지능 그리고 신체적 건강을 자랑했다. 당시에도 여자들은 잘 놀고 똑똑하고 창조적이고 건강한 남자를 좋아했다는 것이다.

저자 크리스토프 드뢰서는 뇌과학부터 진화생물학, 해부학, 음악학, 심리학, 교육학까지 여러 학문을 넘나들며 우리 안에 내재된 음악 본능에 대해 이야기한다. 드뢰서는 독일의 대표적인 과학 저널리스트이자 음악 애호가이며 아카펠라 밴드 '노 스트링 어태치드'의 멤버로도 활동하고 있다.

다윈과 밀러의 '음악론'을 풀어내면서 드뢰서는 기타를 치는 남자는 지금도 여전히 성적 매력을 풍긴다고 자신의 경험담을 털어놓는다. 1970년대와 1980년대 배낭여행을 할 때 기타는 믿음직한 동반자였으며 이성의 얼음 같은 마음을 녹이는 데는 멋진 기타 연주만큼 효과 빠른 것이 없었다고. 반대로 그저 평범해 보일 수 있는 여자가 악기 연주를 하거나 노래를 하면 곧바로 자신은 그 여자에게 매력을 느낀다고 털어놓았다. 또 그리스에서 자신의 주위에서 연인들이 사랑을 속삭이는 동안 기타와 함께 외롭게 남아 그들에게 배경음악을 공급했던 '쓸쓸한' 경험도 소개했다.

인간에게 음악은 창과 같고 그 창을 통해 우리는 상대방의 영혼을 직접 보며, 음악은 두 사람의 감정을 직통으로 연결하는 지름길이라는 것을 설명하는 '훅' 와 닿는 경험담들 외에도 생물학 이론을 빌어 '구애론'을 이야기하는 대목들도 흥미롭다. 이를테면 동물계 전반에 구애 의례는 수컷과 암컷의 차이를 만들었다는 것. 수컷 새는 꼬리를 펼치고 노래하지만 암컷은 그러지 않는다. 거의 모든 동물 종에서 털이나 깃털을 부풀리고 자신을 우월하게 꾸미는 것은 수컷이다. 이 현상은 번식에 있어서 암컷이 수컷보다 더 많은 부담을 진다는 사실과 관련 있다. 암컷은 자식의 탄생과 양육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임신 횟수에 자연적인 한계가 있는 반면 수컷은 그렇지 않다. 음악의 기원이 섹스와 닿아있다는 이러한 주장들에 대한 반론도 소개한다. 음악, 특히 원시적인 음악은 공동체의 활동이며, 현대 대중음악 중 힙합은 두 래퍼가 서로를 멸시하는 동작을 하고 가사를 읊조리는데 음악이 남자들의 경쟁적 과시 행동에서 비롯됐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우리 뇌에는 식욕, 성욕과 마찬가지로 '음악 본능', '음악욕'이 있다는 결론에 도달하기 위해 배치한 서양음계, 피아노 건반, 절대음감 등 음악적 지식이 없다면 이해하기 어렵고 다소 지루한 대목들은 건너 뛰어도 무방하다. 음악 지식 다음에 곁들이는 비틀즈의 '노르웨이의 숲'이라든가 딥 퍼플의 '물 위에 연기', 레드 제플린의 '천으로 가는 계단'을 접하는 순간 우리 안에 있는 '음악 본능'이 튀어나와 그 어려운 말들은 이해하게 될 테니. 1만8,000원.

/연승기자 yeonvic@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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