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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의료시장 급팽창, 한국만 제자리] <하>서비스 이용자 편의가 최우선 돼야

의료 IT 정착 땐 만성질환 진료비 절감 기대



"공복혈당이 조금 높습니다. 저녁 식사 시 탄수화물을 줄이시고 숙면을 취하세요."

올 초 한 동네의원에서 이뤄진 원격의료 시범사업에 참여한 A(63)씨는 병원으로부터 이 같은 문자메시지를 수시로 받았다. 의료진은 A씨가 하루 2번씩 측정해 전송한 혈당 수치를 바탕으로 문자나 전화 상담 등을 통해 운동·식이조절 등을 권유했다. 이 환자를 진료한 의사는 "한 달에 1번꼴로 내원해 당뇨병 진료를 받던 A씨는 평소 저녁식사량이 많아 혈당이 불안정했다"며 "하지만 원격의료를 통해 식습관을 개선한 뒤 현재 혈당을 양호하게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격의료 시범사업에 참여했던 환자들과 의사, 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국내에도 원격의료를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신약이 개발되면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만 받아도 환자들은 복지부에 전화해서 빨리 복용하게 해달라고 요청한다"며 "의료에 있어서 정보기술(IT)는 환자들 입장에서는 신약과 다르지 않다"고 강조했다.

원격의료가 도입되면 기대되는 효과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의료 사각지대 해소가 가능하다. 우리나라(2.2명)보다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많은 미국(2.6명)과 호주(3.4명) 등 선진국들도 취약지역·계층의 보건의료 접근성 향상 등을 목적으로 원격의료를 도입했다.



고령화로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만성질환 진료비도 절감할 수 있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 2003년 5조5,663억원이던 만성질환 진료비는 2013년 17조3,741억원으로 급증했다. 원격진료로 환자들을 상시적으로 관리해 만성질환과 그로 말미암은 합병증 진료비를 낮춘다면 이 같은 상승세도 제어할 수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정부는 특히 원격의료 도입시 대형병원으로의 환자이탈을 막기 위해 의료법 개정안에 고혈압·당뇨 등 만성질환 등에 대해서는 동네의원만 원격의료를 할 수 있게끔 제한을 뒀다.

문제는 동네의원의 열악한 IT 인프라와 안전성에 대한 우려다. 남준식 대한개원내과의사회 이사는 "동네의원은 아직 제대로 된 컴퓨터 의료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다"며 "1차 의료기관 의사들의 95% 이상은 컴퓨터에 장애가 생겼을 때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하는지도 모르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교육이나 시스템 확충에 대한 방안 마련이 선결돼야 한다는 것이다.

윤영호 서울대 의대 부학장은 "시스템 오류 등으로 인한 오진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서는 식약처 승인과 복지부 신의료기술평가 등을 통해 안전성 등이 철저히 검증돼야 한다"고 말했다. /임지훈기자 jhl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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