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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삼(YS) 전 대통령의 장례 절차가 26일 마무리되면서 화해와 통합정신을 바탕으로 민주주의에 헌신했던 그의 삶에 대한 재조명이 이뤄지고 있다. 금융실명제, 하나회 척결 등 한국 정치사에서 가장 과감했던 조치를 단행한 '개혁가'였고 검소하고 소탈한 인품으로 만인의 눈물을 닦아준 '박애주의자'였고 자신의 전 재산을 아낌없이 사회에 기부한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의 실천가였다. 그의 이 같은 성품과 정치철학이 우리 사회에 큰 울림을 주고 있다. 특히 서로 반목하고 갈등하는 여야 국회의원들에게는 서로 화해하면서 국민들만 보고 앞으로 나아가라고 채근하고 있다. 서울경제신문은 여야 정치인들을 지면에 초대해 지상 좌담회를 열었다. 그의 행적과 업적이 우리 사회에 주는 교훈과 가르침이 너무나 가치 있고 중요하기 때문이다.
-YS에 대한 재평가가 새롭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YS의 공과 과는 무엇인가요.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한국의 민주개혁을 앞당기고 정치개혁을 단행했다는 면에서 공이 큽니다. 그러나 국정에 대한 준비가 소홀해서 인기 영합 위주로 가다 보니까 나중에는 여러 가지 개혁 피로감이나 부작용이 있었습니다. 결국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하는, 씻을 수 없는 오점을 남긴 것도 큰 틀에서 보면 인기 영합 위주의 정책이 낳은 결과라고 봅니다.
△김영우 새누리당 의원=누가 봐도 민주화운동을 몸으로 실천한 정치인입니다. 하나회 척결, 금융실명제 이런 것은 어마어마한 개혁입니다. 지금도 군을 개혁해야 하지만 국방개혁을 제대로 못하지 않습니까. YS 같은 확고한 소신, 개혁 의지가 없으면 흉내조차 어려운 일입니다. 굳이 기계적으로 공과 과를 맞출 필요는 없다고 봐요. 그 시점에서 그분이 잘한 일을 제대로 평가하면 됩니다. 굳이 과를 얘기하라면 그 시대에 사건사고가 많았습니다. 외환위기도 개인이 아닌 정권의 총체적인 책임입니다.
△원혜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민주화를 앞당기는 데 큰 역할을 하신 분입니다. 목숨 걸고 단식투쟁하며 민주화의 계기를 만들었습니다. 야당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불러일으켰습니다. 박정희 정권 붕괴도 YS 탄압에 대한 부산·마산 시민들의 분노와 저항이 직접적인 계기가 된 것이죠. 전두환 정권하 직선제 개헌의 단초를 연 것도 YS의 투쟁입니다. 금융실명제, 하나회 해체 등도 큰 업적입니다.
아쉽다면 양김 단일화를 통해서 제대로 된 민주정부 수립의 길로 갔으면 한국의 발전이 왜곡되지 않을 수 있었는데 3당 합당을 통해 집권하다 보니 옳고 그름에 대한 사회의 혼란이 왔어요. 그게 지금 한국 정치의 한계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정성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사람은 누구나 공과가 있죠. 지도자도 마찬가지지요. 저는 원래부터 YS의 공이 많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YS가 했던 하나회 해체, 금융실명제, 공직자 재산공개 등은 김대중(DJ) 전 대통령은 못했을 거예요. YS만 할 수 있었어요. 군사 쿠데타의 가능성을 없앴기에 국민의 정부가 나올 수 있었습니다. 5·18에 대한 재평가도 큰 업적입니다.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을 법정에 세운 일과 일제 잔재 청산 등 역사 바로 세우기는 국가 정체성을 바로잡는 데 큰 기여를 했습니다. 집권 말기의 IMF 사태는 개인의 잘못이 아닙니다. 부조리의 문제가 구조화된 것이지요. 정권교체기에는 DJ의 비자금 사건 수사를 중단시키고 공정한 선거가 가능하게 했습니다. DJ는 YS가 없었다면 집권하지 못했을 겁니다.
△김종석 여의도연구원장=가장 큰 공은 한국 정치를 문민화했다는 점이죠. 그리고 과(過)는 경제정책이 정치논리에 종속되는 전환점이 YS 정권에 있었다는 점을 들겠습니다.
-문민정부는 하나회 해체, 역사 바로 세우기 등을 통한 권위주의 청산이라는 민주화를 이뤘지만 지역주의 극복, 경제민주화라는 과제를 남겼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YS가 남긴 시대정신과 과제는 무엇인가요.
△김재원=YS가 시대를 발전시키고 혁신시킨 것은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그 당시 YS 같은 사람이 사회의 역사적 발전을 이끈 것은 틀림이 없습니다. 그러나 문민정부가 결국에는 포퓰리즘적인 정책을 많이 펼쳤고 인기 영합 위주로 정치가 흐른 점이 있습니다. 이것이 후대에 오면서 더욱 가속화됐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점에 대한 성찰이 더 필요한 것 아닌가 싶어요. 한 정당이 특정 지역을 독점하는 기이한 지역주의도 포퓰리즘을 먹고 심화하고 있는 것입니다.
△김영우=과거의 인물을 오늘의 눈으로, 현실 잣대로 평가하고는 하는데 그건 아주 바보 같은 거예요. 그 시대의 문제에 얼마나 공헌했느냐 이게 중요합니다. YS의 시대는 민주화라는 역사적 사명이 있었어요. 그걸 달성한 분이라는 말이에요. 높이 평가해야 합니다. 다만 과제로 남은 것은 좀 더 성숙한 민주주의입니다. 그때는 절차적 민주주의가 없었고 언론의 자유도 지금처럼 크지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민주화를 이룩했잖아요. 지금은 자유로운 분위기인데도 국회가 대화와 타협을 이루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성숙한 민주주의로 업그레이드해야 합니다.
△원혜영=YS가 의식이 있었을 때 강조한 게 통합과 화합입니다. 남북 분단의 문제도 있고 지역주의 극복 문제도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경제적인 위기상황 속에서 국민적 통합이 제일 중요합니다. 정치·사회·경제 모든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사회적 통합입니다. 정치하는 사람들 모두가 각오를 새롭게 다져야 합니다. 특히 집권세력,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은 갈라진 사회의 통합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길 바랍니다.
△정성호=YS는 국민의 목소리를 늘 들으려고 했어요. 이 부분이 서거 이후 다시 부각되고 있지요. 소통이나 국민통합 같은 가치들을 이어받아야 한다고 봐요.
△김종석=YS가 민주화에 기여해 국가의 방향은 잡았는데 아직도 정치 현실은 민주주의 성숙에 많이 미흡합니다. 선진 민주주의의 완성이 필요합니다. 선진적 의회민주주의 확립이라고 하는 게 더 맞겠네요. 당리당략이나 발목 잡기가 아니라 국가·사회·경제 발전을 위해 대승적으로 타협하는 문화가 필요합니다.
-YS가 남긴 것을 발전적으로 계승하기 위해서는 무엇부터 어떻게 해나가야 할까요. 정치·경제·사회·남북관계 등 분야별로 말씀해주십시오.
△김재원=포퓰리즘적 정치 행태를 돌아보면서 역사의 전환점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가야 합니다. 인기 영합 위주의 정치가 활개쳐서는 안 됩니다. 경제·문화 등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유무역협정(FTA)이나 노동개혁 같은 정책들이 야당의 반대에 가로막혀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것도 포퓰리즘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현상을 현상대로 보지 않고 인기 영합적으로 봐서 전체적으로 국가 발전을 가로막는 행태는 지양해야 합니다.
△김영우=정치는 극한투쟁이 아니고 대화와 타협, 토론인데 이게 제대로 되지 않고 있어요. 말로는 상임위원회 중심의 국회 운영이라고 하는데 사실 지도부 중심이죠. 보다 성숙한 의회민주주의 달성이 중요합니다. 과거 YS가 민주화운동을 할 때는 국민 요구와 정치권 요구가 같았어요. 진정한 민주화였죠. 그러나 지금은 요구가 다양해지고 사회가 발전했는데 정치권은 아직 과거에 머물러 있습니다. 사회적으로는 자유와 책임이 동시에 강조돼야 합니다. 민주화를 쭉 하면서 자유는 신장됐는데 책임의식은 아직 부족합니다. 경제는 규제혁파입니다. 남북관계는 자유민주주의를 바탕으로 통일을 이뤄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
△김종석=정치는 말씀드린 것과 같이 의회민주주의를 선진화시켜야 합니다. 경제는 YS의 세계화 정신을 계승해서 한국 경제를 순조롭게 국제화하고 개방하는 것이 과제입니다. 사회적인 과제는 YS의 유훈대로 역시 통합입니다. 지역갈등 극복 이런 것들입니다. 남북관계는 평화공조를 통한 화해가 그분의 뜻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정성호=YS가 추구했던 정신과 가치를 립서비스가 아니라 진짜로 실현시키려는 노력이 중요합니다. 여야 정치인 모두가 올바른 활동, 국민이 원하는 활동, 사회를 통합할 수 있는 의정활동을 해서 YS의 정신을 구현해야 합니다.
△원혜영=저는 남북관계에 대해서만 얘기하겠습니다. 마침 YS 영결식 날 남북 회담이 있잖아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화해와 협력을 통해 남북이 새롭게 갈 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윤석·진동영·박형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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