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의 기억에 대해 진술하는 아이들이 있다. 일례로 이스탄불에서 한참은 떨어진 작은 마을에 사는 소년은 자신이 태어나기 50년 전에 이스탄불에서 죽은 한 남성의 일생을 세세히 떠올린다. 다른 예로 도린이라는 여성의 아들 윌리엄은 1992년 강도의 총탄에 맞아 사망한 도린의 아버지 존 맥코넬의 기억을 가지고 있다. 윌리엄은 도린이 어린아이였을 때 길렀던 고양이의 이름과 존이 무슨 요일에 사망했는지를 정확히 기억해 냈다. 한편으론 이전 생의 몸에 난 상처와 같거나 비슷한 선천적 결함을 안고 태어나는 아이들도 있다. 통상 전생에 치료를 받았던 흔적이나 사망 사유가 됐던 상처들이 모반(선천적·유전적으로 생긴 점)의 형태로 나타난다.
놀라운 건 이처럼 특별한 정신과 몸의 기억을 드러내는 아이들이 우리 생각보다 더 많다는 점일 테다. 정신과 의사이자 인지과학자인 저자는 자신이 이끌고 있는 버지니아 대학 인지과학연구소에 무려 2,500명의 사례를 모았다. 그리고 그들이 이전 삶을 기억하는 방식과 그에 대한 증거, 이 진술들의 공통적인 특징에 대해 살폈다. 그 후 환생이 실재함을 과학적으로 밝히는 이 책을 썼다.
저술의 차별점은 역시 환생이라는 현상에 대한 과학적 접근이다. 연구팀은 어떤 아이들이 전생을 기억한다고 주장하면 직접 찾아가 진술에 어떤 특징이 있는지를 확인하고 그것을 전해 들은 사람들에 대한 신뢰도를 측정한 후 아이들이 주장하는 이전 생의 인물이 실제로 존재했는지 등을 오랜 시간에 걸쳐 체계적으로 추적했다.
더불어 전생 기억을 진술하는 현상이 환생의 존재를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환상, 종교·문화적 영향력, 심신의 문제, 초자연적 능력에 의한 것임을 주장하는 비평가들의 주장에 대해서도 과학적 근거를 들어 조목조목 반박한다 1만 3,000원. /김경미기자 km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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