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나온 세계은행(WB)의 '기업환경 평가'에서 우리나라가 189개국 중 4위, 주요20개국(G20) 중 1위로 평가됐다. 기쁘지만 기업 관련 정책과 제도개선 업무를 담당하는 입장에서 받아들이기 어렵다. 세계은행의 평가는 기본적인 제도나 인프라에 국한돼 노사문제, 건축·금융 규제, 정부 정책의 불안정성 등 간접적 영향력은 반영되지 않았다.
올 들어 외국인직접투자(FDI)는 전년 대비 3분기 누적으로 10.5% 줄었고 그 중 제조업 FDI는 51.3%나 감소했다. 한국은 이미 고비용 국가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등에 계류 중인 상장회사 관련 법률개정안 41건 중 90.2%(37건)가 규제강화 법안이며 9.98%(4건)만 규제완화 법안이다. 현재 우리나라 기업환경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수치다. 계속되는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이 발의됐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대기업 특혜 법이라는 논란에 싸여 논의조차 어렵다. 상장회사만 보더라도 전체 1,725개사 중 85.7%(1,479개)가 중소·중견기업이며 이들이 성장하면 대기업이 되는 것인데 대기업을 적대시하려는 이유를 찾을 수 없다.
최근 구글은 기업집단체제(conglomerates)를 선언했다. 이는 우리나라 대기업집단에 해당하는 것으로 우리나라 기업환경에서는 지탄 받을 수도 있는 선언이다. 그러나 미국 은 이를 반기고 있다. 대기업집단이 신사업 진출 및 기술융합에 더 효율적인 구조라 평가해서다. 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기업환경평가 4위라는 성적은 공허하다. 기업 활력을 제고하고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진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위한 사회적 합의를 이제라도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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