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명의 남자와 여자가 있다. 영화감독, 소설가, 시인, 만화가, 싱어송라이터, 바텐더… 각기 다른 직업의 이들이 '연애 소설이 필요한 시간'이란 하나의 주제를 받아들고 써내려간 글을 모았다. 싱어송라이터 요조는 김승옥의 '야행'에 등장하는 여주인공 현정과 동행하며 자신의 징그러운 마음을 들여다보고, 기생충 박사 서민은 '사랑이 달린다', '사랑이 채우다' 두 편의 소설을 통해 '실패했다'고 생각하는 자신의 지난 결혼과 극적으로 만난 지금의 아내와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저자마다 제각각인 스무 개의 연애 이야기는 스물여덟 편의 소설과 함께 소개된다. 누군가의 사소한 연애 이야기가 소설과 만나 빚어내는 '새롭게 읽는 즐거움'은 꽤 쏠쏠하다.
"연애소설이 필요한 시간이란 건 없다. 왜냐하면, 연애가 시작되면 소설을 읽을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연애소설이 필요한 시간이란 언제나 실연했을 때 시작된다."
저자 중 한 명인 영화감독 정성일의 명쾌한 답변에 공감한다면, 당신은 이미 이 책과의 연애를 시작한 것이다. 1만 2,000원.
/송주희기자 sso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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