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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과 항아리는 닮았다. 둥근 모양도 그렇지만 그 안 가득 그리움과 외로움, 낭만과 기원을 담을 수 있기에 더욱 닮았다. 반듯하게 동그란 모양이면 멋도 맛도 없다. 차고 지고 일렁거리는 여유가 있기에 더 푸근한 달이요, 항아리다. 조선의 미(美)를 대표하는 백자 중에서도 높이 40㎝ 이상의 도자기를 '백자대호'라 칭한다. 둥글게 부푼 몸통 때문에 '달항아리'라 불리는데 제작이 어려워 전 세계적으로 진귀하다. 사진 속 백자대호는 18세기 전반에 왕실 도자기를 굽는 관요(官窯)로 운영되던 경기도 광주의 '금사리요'에서 제작됐다. 높이와 몸체의 지름이 거의 같고 입구 지름이 바닥의 굽지름보다 넓은 비례를 가져 이상적 형태를 갖춘 항아리로 평가된다. 순백색 흙으로 구워 투명한 유약을 바른 것이라 표면이 젖색 흰빛의 유백색을 띠고 있어 '설백자'라 불릴 만하다. 일본인 소장자가 55점의 우리 고미술품을 오는 29일 홍콩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리는 서울옥션의 홍콩경매에 내놓았다. 달항아리의 추정가는 18억원. 20일까지 평창동 서울옥션 전시장에서 실물을 만날 수 있다. (02)395-0330
/조상인기자 ccsi@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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