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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슬비가 오락가락하던 지난 10일, 주한미군 평택 기지(캠프 험프리). 궂은 날씨에도 건설 중장비들이 요란하게 움직였다. 용산기지의 주한미군사령부와 미 8군사령부, 경기 북부에 주둔한 미 2사단이 이전해 사용하게 될 건물 신축과 도로·상하수도 등 기반시설 공사 현장의 공정률은 약 86% 수준이다.
공사가 숨 가쁘게 진행되고 있으나 미군의 이전 일정은 1년 정도 지연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기수 주한미군기지 이전사업단장은 "애초 2016년 이전이 목표였는데 건설회사 부도와 미측의 가족 동반프로그램이 일부 변경에 따른 시설 조정으로 일정이 늦어져 2017년 말에 끝날 것 같다"고 밝혔다. 김 단장은 용산기지 공원화도 차질이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서는 "2019년부터 2027년까지인 용산기지 공원화에는 지장을 주지 않는 스케줄로 판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전 완료 시점인 2016년 말까지 513동(미측 287동, 한측 226동)의 건물이 들어설 평택기지의 총면적은 1,467만7천㎡(444만여평). 여의도 크기에 다섯 배에 이르는 평택기지는 외국에 있는 미군기지를 포함해 단일기지로는 세계 최대 수준이다. 12층 건물의 장병 숙소에서 내려다본 기지 끝 펜스가 가물가물할 정도로 넓었다.
캠프 험프리에 들어설 건물 중 미군의 지휘시설인 주한미군사령부와 8군사령부청사는 내년 1월 말 완공될 예정이다. 수원 화성 성곽의 이미지를 형상화했다는 두 청사는 외관상 군 지휘시설이란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로 '호화롭게' 신축되고 있었다.
평택항과 평택역을 잇는 철도차량기지 건설 공사는 애초 계획보다 5개월 앞당겨 지난 7월 완공됐다. 전쟁 발발시 병력과 장비를 철도를 이용해 전방 지역으로 신속하게 수송하기 위한 기반 시설이다. 김 단장은 "평택항과 오산 공군기지 등의 기반시설이 20㎞ 내외에 근접해 있고 육로와 철도를 통해 한반도 유사시 외부로부터 미군 전력 충원이나 전방 전개에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어 작전적·전략적 측면에서 유리한 여건"이라고 말했다.
6개월 전 부임했다는 조셉 홀란드(육군 대령) 기지사령관은 "장병 숙소 내부와 미 8군사령부 건물 내부를 민간인에게는 처음으로 공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지 공사는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미국 국방부 시설기준에 따라 이뤄지고 있다.
기지 이전에 소요되는 재원은 용산기지 등 서울 지역 10개 기지, 경기 지역 22개 기지 등 총 47개 기지를 매각해 조달한다. 사업단의 관계자는 "지난해 한국국방연구원에 의뢰해 기지 이전 사업의 경제적 효과를 분석한 결과 사업비로 말미암은 경제유발 효과는 18조원, 고용유발 효과 11만여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며 "평택기지 운영에 따른 평택 지역 소비도 2020년 기준 연간 5,00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평택=국방부공동취재단·권홍우기자 hongw@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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