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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과 도시] 제주의 즐거운 실험, 카카오 스페이스 닷투·닷키즈

가장 도시적인 VS 가장 제주다운… 다른 듯 닮은 '자연과의 소통'

스페이스 닷투
스페이스 닷투는 육지를 향해 비상하는 활주로의 형상을 띠고 있다. /사진제공=아이아크
스페이스 닷투
스페이스 닷투의 전면은 투명과 반투명이 뒤섞인 유리로 뒤덮여 햇빛의 세기를 조절한다. /사진제공=아이아크
제주 스페이스 닷투
닷투 내 바이오스(Bios)라고 불리는 직원 휴게공간에서 직원들은 자유롭게 모여 휴식을 취하기도,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사진제공=카카오
스페이스 닷키즈
대지 위 길은 자연스럽게 스페이스 닷키즈의 지붕면으로 연결되면서 오름의 형상을 완성시킨다. /사진제공=카카오

닷투 내부 인위적 경계 최대한 없애… 자유로운 만남·창의적인 공간 조성

닷키즈 지붕면에 오름 모습 형상화… 제주도민의 삶·애환 고스란히 담아

직원들 스스로 스몰빌 모임 구성 등 새로운 마을철학 만들기 고민 거듭


카카오가 10년 넘게 '즐거운 실험'을 이어가고 있는 제주 첨단기술과학단지에 들어서면 가장 도시적인 건물과 제주스러운 건축물 두 동이 나란히 방문객들을 맞이한다. '스페이스 닷투와 닷키즈'가 그 주인공이다. 이 두 건물은 카카오와 제주의 첫 만남을 상징하는 '스페이스 닷원'의 바통을 이어받은 작품. 닷투는 직원들의 업무공간, 닷키즈는 직장 내 어린이집으로 활용되고 있다. 닷투와 닷키즈의 고민은 '닷원'에서부터 출발했다. 닷원과 달리 좀 더 자유롭게 생활할 수 있는 공간에 대한 필요성으로 나온 것이 그것. 닷투는 도시적인 외형을, 닷키즈는 제주 자연의 모습을 각각 띠고 탄생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제주라는 자연환경 속에서 '따로 또 같이' 영향을 주고받으며 '자연의 한 풍경'으로 자리 잡은 점이다.

곳곳에서 우연한 소통 이뤄지는 닷투

닷투를 설명하는 기본 개념은 '내가 있는 곳이 나의 사무실이다(My office is where I am)'다. 유걸 아이아크 대표와 함께 설계를 담당한 오서원 공동대표는 "최대한 인위적인 경계를 없애고 직원들을 위해 자유롭고 창의적인 공간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기본 개념을 실현하기 위해 닷투는 독특한 내부 짜임새를 갖추고 있다. 휴게공간과 양치공간·복도 등 공용으로 이용하는 영역은 건물 중심부에 위치한 반면 회의실 등은 주변에 배치돼 있는 것이다.

이는 '의도하지 않은 만남' '우연한 소통'을 위해 일부러 계획한 공간 배치다. 직원들은 곳곳에 마련된 프로젝트룸·회의실에서 일을 하기도, 양치공간에서 우연히 만나 눈인사를 나누기도, 실내 암벽등반 등이 마련된 휴게공간에서 마주쳐 잡담을 나누기도 한다. 내부와 외부가 서로 연결되고 뒤섞이면서 소통이 이뤄지는 식이다.

정보기술(IT) 기업답게 닷투의 내부는 전체적으로 컴퓨터 중앙처리장치(CPU) 회로를 연상시킨다. 바닥에는 길을 나타내는 색색의 선이 회로도처럼 분포돼 있으며 두 곳의 휴게공간은 기본 입출력 시스템인 바이오스(Bios)로 불린다.

이는 도시적인 공간을 원하는 내부 구성원들의 요구를 따른 결과다. 외부 역시 제주 자연환경을 반영한 닷원과 달리 제주의 흔적을 찾아보기 힘들다. 육지를 향해 비상하는 활주로의 형태를 띠고 있다는 것이 카카오의 설명이다.

제주 오름의 모습으로 태어난 닷키즈

카카오 스페이스 사옥에는 두 개의 오름이 있다. 하나는 닷원을 건축하기 위해 파낸 흙을 쌓아 만든 인공 오름이며 다른 하나는 닷키즈다. 제주도 전체에 360여개가 퍼져 있는 오름은 제주도민의 삶과 애환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이곳에서 터전을 잡은 카카오는 두 개의 오름을 더하면서 제주도와 특별한 소통을 이어가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평평하게 펼쳐진 대지는 서서히 위로 올라가 닷키즈의 지붕으로 이어진다. 놀이터와 내부 방들은 그 아래 감싸 안겨 있는 모습으로 배치돼 있다. 이 같은 특별한 형상은 닷키즈가 2015 한국건축문화대상 민간 부문 본상을 수상할 수 있도록 이끈 요소기도 하다.

기능적으로도 오름은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온다. 국내 기온 수준에서 땅속 90㎝ 아래부터는 겨울에 얼지 않는다는 점을 충분히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닷키즈의 내부는 오름에 파묻혀 있기 때문에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는 데 유리하다. 지붕에 심어진 야생식물은 표면 온도가 너무 뜨겁거나 차가워지지 않도록 유지시켜주기도 한다. 유리 커튼월이 사용된 입면 부분을 통해서는 빛과 환기를 조절할 수 있다.

오름 안으로 발을 내디디면 110여명의 아이들이 생활하는 내부를 만날 수 있다. 닷투와 닷키즈는 외형은 전혀 다르지만 공용공간이 핵심을 차지한다는 점에서는 연결된다.



오 공동대표는 "아이들이 가능하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공용공간 위주로 계획했다"며 "공용공간은 안쪽으로 배치하고 그 주변에 각 실이 붙어 있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통유리창은 아이들이 어디에서든 서로를 바라보고 소통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담당하는데다 외부 자연의 흐름을 한눈에 지켜볼 수 있게 하는 역할도 맡고 있다.

끝나지 않은 제주에서의 즐거운 실험

실제로 아이들은 이곳에서 햇빛이 시시각각 변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도, 가끔 나타나는 고라니와 꿩을 만나볼 수도 있다.

카카오가 시작한 '즐거운 실험'은 제주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을 뿐만 아니라 뒤를 이어 이전하는 다른 IT 기업들에도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해주고 있다. 관광과 농어업 중심의 제주 산업은 카카오로 인해 IT까지 넓어질 수 있었다.

실제로 지난해 제주발전연구원에서 발표한 '다음(현 카카오) 제주 이전 10년과 지역경제 파급효과'에 따르면 제주 이전 이후 10년간 생산 유발 효과와 부가가치 유발 효과가 각각 1,890억원과 1,042억원에 달한다. 제주에서 새로운 터전을 잡은 직원들 역시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지난해 카카오가 실시한 제주생활 만족도 설문조사에서 '만족한다'는 응답은 91.3%까지 치솟았다. 이주 직원들은 제주도 내의 커뮤니티 형성에도 영향을 끼친다. 지난 2013년 자생적으로 '스몰빌 동호회'를 구성해 제주에서 '카카오'가 제시할 수 있는 마을 만들기 상을 끊임없이 논의하며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온돌방 게스트하우스… 칠판으로 꾸민 벽… 직원들 크고 작은 목소리 담긴 공간 구성

'건축물 디자인부터 칠판 소품까지.'

'스페이스 닷투·닷키즈'의 탄생은 온전히 건축가만의 공은 아니다. 카카오 내부 구성원,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클라이언트위원회'는 건축물의 외형부터 내부 공간 구성까지 끊임없이 토론하고 참여해 현재의 모습을 완성시켰다. 단순히 건축주인 최고경영자(CEO) 한 명의 의도가 아닌 실제 공간에서 생활하는 내부 구성원들의 목소리가 결합돼 건축물이 탄생한 셈이다. 클라이언트위원회를 이끈 전정환 제주창조경제센터 센터장은 "위원회는 각각 자발적인 관심사와 목적을 가진 인물들이 수평적으로 구성됐다"며 "단순히 건물을 만드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주체적으로 참여해 끊임없이 혼을 불어넣고 변화시키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클라이언트위원회는 첫 만남부터 '브레인라이팅(brainwriting)'을 통해 자유롭게 건축물 콘셉트에 대한 단상을 제시하도록 했다. 브레인라이팅은 종이에 3분 동안 각각 원하는 콘셉트 등을 적고 3분 후 각자 옆사람에게 자신의 종이를 넘기고 자신은 넘겨받은 종이 위에 새로운 생각을 덧붙여가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전 센터장은 "새로운 사옥을 닷원과 외형적으로 비슷하게 지을 것인지 등 백지상태에서부터 논의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당초 한 건물로 기획된 닷투와 닷키즈가 두 개로 분리된 것도 클라이언트위원회에서 결정된 것이다. 내부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와 아이가 있는 부모, 미혼자 등 각기 다른 위치의 인물들 몇몇과 함께 진행한 심층 인터뷰 등을 거쳐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거리에 어린이집을 분리시키는 것이 만족도가 가장 높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닷투 내에 지어진 게스트하우스의 경우 일과 삶이 연결되기를 원하면서도 출퇴근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으로 인해 중간에 닷투와 게스트하우스를 연결하는 작은 야외공간이 마련되기도 했다. 이 밖에 게스트하우스를 온돌방으로 꾸미고 닷투 교육장 한쪽 벽면에 글씨를 적을 수 있도록 칠판을 만드는 등 직원들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크고 작은 목소리가 반영되기도 했다.

스페이스 닷투 게스트하우스
스페이스 닷투 내 게스트하우스 내부 전경. 야외 공간과 내부 온돌방 등도 모두 클라이언트위원회의 논의를 거쳐 마련됐다.
/사진제공=아이아크



/제주=권경원기자 naher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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