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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회의장, 선거구만 챙기고 경제관련법은 외면하나

청와대가 정의화 국회의장에게 선거구획정안을 담은 선거법에 앞서 경제활성화법을 먼저 직권상정해야 한다고 15일 촉구하고 나섰다. 현기환 정무수석이 선거법 직권상정과 관련해 경제활성화법과 테러방지법을 우선 직권상정하거나 동시에 처리해야 한다는 뜻을 정 의장에게 전달했다고 한다.

청와대가 이런 입장을 공개적으로 내놓은 것은 상황이 워낙 다급했기 때문일 것이다. 정 의장은 이날 선거구 획정에 대한 여야 합의가 불발되면 연말께 중재안을 직권상정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반면 경제활성화법 직권상정에는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여당의 직권상정 요청에 "내 상식에는 맞지 않는 얘기로 의장을 압박하는 수단"이라고 거절했다고 한다.

이처럼 선거구와 경제활성화에 이중잣대를 들이대는 정 의장의 인식은 납득하기 힘들다. 선거구 문제는 여야 국회의원들의 밥그릇 싸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렇지만 경제활성화법은 나라 경제의 운명을 좌우할 만큼 시급한 사안이다. 하루라도 빨리 처리되지 않으면 자칫 경제회복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 지금 우리 경제는 위기상황이다. 내수와 수출 모두 흔들리고 있다. 장기불황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관측이 나올 정도다.



이런 비상상황인데도 경제활성화법은 미뤄두고 선거법에 대해서만 특단의 조치를 취하겠다는 것은 앞뒤가 바뀌었다. 나라 경제보다 의원들의 밥그릇 지키기가 중요하다는 말인가. "의장은 대통령 다음으로 나라 걱정을 많이 하는 사람"이라는 정 의장의 말이 사실이라면 선택은 명확하다. 청와대의 요청처럼 경제 관련법을 먼저 직권상정하는 것이다.

그것이 어렵다면 선거법과 민생법안을 함께라도 처리하는 게 마땅하다. 경제살리기는 타이밍을 놓치면 아무 소용이 없다. 1997년 노동개혁과 금융개혁 관련법이 좌절되면서 IMF 위기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했던 뼈아픈 경험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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