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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프=대목 공식 깨졌다

온라인 판매·연중 할인행사 영향

미국 아웃도어 용품 전문업체 REI는 금요일인 27일(현지시간) 전 직원에게 유급휴가를 부여했다. 명분은 "휴가 기간에 야외활동을 하라"는 것이다. REI의 조치는 미국 내에서 최고의 화제가 됐다. 이날은 다름 아닌 미국 연말 쇼핑시즌의 시작이자 최고의 쇼핑 대목인 '블랙프라이데이'이기 때문이다. 물건을 팔아야 할 기업이 최대 쇼핑대목에 직원들에게 휴가를 주고는 물건을 사라고 독려한 셈이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파격적인 휴가 조치로 인해 세간의 주목을 받으면서 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하지만 REI의 휴가조치는 최근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는 블랙프라이데이 풍속도의 변화를 함축적으로 보여준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25일 전했다.

전미소매업협회에 따르면 매년 11월 넷째 주 목요일부터 그다음날인 블랙프라이데이를 거쳐 토요일·일요일까지 이어지는 나흘간의 연휴 기간 미국 소매업체의 매출액은 연평균 500억달러(약 57조원)에 달했지만 최근 2년간 매출은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블랙프라이데이=대목'이라는 공식이 깨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의 이면에는 '온라인 판매'와 '연중 할인행사'가 자리 잡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블랙프라이데이라는 특정일에 집중된 미국인들의 소비행태가 1년 내내 꾸준한 소비로 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온라인 판매 확대와 연중 상시 할인행사로 블랙프라이데이에 백화점이 문을 열기를 기다리며 줄을 서는 수고를 할 필요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투자회사인 LPL리서치의 존 캐널리는 "과거보다 블랙프라이데이의 중요성이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NYT는 지난 2014년 이후 미국 전체의 연간 소비지출은 3% 증가한 반면 블랙프라이데이 당일 매출은 2012년 600억달러에서 지난해 510억달러로 오히려 감소했다고 밝혔다.

소비자들의 소비행태 변화도 블랙프라이데이의 중요도를 낮추는 요인이다. 과거에는 고가의 TV나 옷을 싼값에 사기 위해 블랙프라이데이까지 소비를 미뤘으나 최근에는 온천욕·발레관람 등 휴식이나 운동·문화생활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의미가 퇴색했다는 것이다. '자본가의 천국, 근로자의 지옥'인 미국에서 근로자들이 블랙프라이데이 전날인 추수감사절만이라도 쉬게 해달라며 처우개선을 요구하는 것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노드스트롬과 코스트코·스테이플스 등은 추수감사절에 영업을 하지 않기로 했으며 백화점 체인 JC페니도 추수감사절에 매장문을 닫고 쉬게 해달라는 근로자들의 요구에 직면해 있다고 FT는 전했다. 이 청원에는 5만명의 직원이 참여했다.



블랙프라이데이의 퇴조는 추수감사절 연후 첫 월요일인 사이버먼데이의 지출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사이버먼데이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한 2005년 이후 이날 온라인 매출은 매년 10~20%씩 증가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블랙프라이데이 매출액 감소를 상쇄할 정도는 아니어서 최근 2년간 11월 마지막 주의 매출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김능현기자 nhkimch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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