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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과 도시] '역사 논란' 끊이지 않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역사의 맥 끊긴 낯선 공간" vs "새 역사 만들어질 명소"









동대문디자인플라자 개관 100일<YONHAP NO-0933>
독특한 외관 때문에 서울에 불시착한 외계인 우주선이라는 별칭을 가졌지만 막상 설계자인 자하 하디드는 언덕과 같은 자연의 선을 차용해 주변과의 괴리감을 줄여준다고 설명한다. /사진 서울경제DB










밝게 빛나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YONHAP NO-1881>
밤이 되면 은은한 빛이 동대문디자인플라자를 감싸 안지만 바쁘게 움직이는 주변과는 동떨어진 느낌을 준다.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동굴계단
곡선의 외벽이 계단을 감싸고 있어 '동굴 계단'으로 불린다. 외벽을 촘촘히 뒤덮은 알루미늄 패널은 총 4만 5,133장에 이른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 개관<YONHAP NO-1110>
살림터 지하 2층~지상 4층을 연결하는 곡선 형태의 계단은 대표적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의 명소로 자리 잡았다.










건축과 도시
프랑스 파리 '퐁피두센터'를 설계한 건축가 렌초 피아노는 프랑스 영상 유산을 보존하기 위한 파테 재단 본사 건물을 독특한 곡면 형태의 건물로 설계했다. 파리 5구 지역 건물 뒤편으로 파테 재단 건물 지붕 부분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건축과 도시
오스트리아 그라츠의 '쿤스트하우스 그라츠'는 그라츠 시민들에게 '친근한 외계인'으로 불리며 사랑받는 건축물로 자리잡았다. 중세 건물 사이를 메우고 있는 쿤스트하우스 그라츠 전경.










"1년반새 840만명 다녀갔지만 2% 부족

홀로 존재하기보다 주변과 호흡 맞춰야… DDP주변 벼룩시장 등 소소한 활동 필요"

"서울을 민속촌으로 만드는 것 아니라면 DDP는 우리 시대에 가장 충실한 건물

동대문에 또 하나의 기억 선사하게 될 것"


'별기군 훈련장에서 경성운동장으로, 다시 서울운동장을 거쳐 동대문운동장으로.'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가 자리 잡은 장소에는 조선시대 이전부터 흘러온 역사가 겹겹이 쌓여 있다. DDP가 별명처럼 어느 날 갑자기 서울에 불시착한 외계 우주선이 아닌 이상 그 땅을 딛고 발생한 역사와 전혀 무관할 수 없다. 이에 따라 DDP는 동대문운동장 철거 때부터 현재까지 끊임없이 논란의 중심에 서 있었다.

역사와 무관한 건축

DDP에 대한 가장 큰 비판은 역사적 맥락을 무시한 채 지어졌다는 것이다. 이는 주변과의 조화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비판과 궤를 함께한다. DDP 터는 훈련도감 소속 군영지였다가 신식군대인 별기군 훈련장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구식·신식군대 간 갈등이 격화되면서 임오군란이 발생한 곳이기도 하다. 이후 일본 왕세자 히로히토의 결혼을 기념하기 위해 경성운동장으로 바뀌었으며 4·19혁명 1주년이 치러지기도 했다. 또 동대문 지역은 난전이 위치한 곳으로 조선시대 백성들의 다양한 경제활동이 이뤄져왔다. 역사적으로 중요한 순간부터 일상적인 삶까지 모두 담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의 기억과는 전혀 다른 우주선 건물은 사람들에게 더 낯선 인상을 줬다. 임형남·노은주 건축가는 '집, 도시를 만들고 사람을 이어주다'에서 "장소·용도도 다른 건물들이 오로지 '하디드 브랜드'라는 이름표를 달고 끊임없이 비슷한 모습으로 등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각각의 장소가 간직해온 역사와 그곳에 담긴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대신 자신의 개념만을 던져놓는 건축가의 휴브리스가 받아들여지는 시대가 온 것"이라며 "이야기가 없는 시대"라고 평가했다. 휴브리스는 '오만'을 뜻하는 그리스어로 과거의 성공을 우상화해 결국 오류에 빠진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DDP의 등장은 건축물이 역사를 어디까지 반영해야 하며 어떤 방식으로 기록할지에 대한 논쟁을 촉발했다.

이와 관련해 이경훈 국민대 건축학부 교수는 "서울을 민속촌의 모습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면 이 시대에 가장 충실한 건물이 역사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역사는 멈춰 있는 것이 아니라 흐르는 만큼 현재 시점에 집중한 건축물이 곧 역사가 된다는 의미다. 이 관점에서 본다면 DDP를 기점으로 역사가 단절된 것은 아니다. 훈련도감 군영지와 동대문운동장에서 흘렀던 역사는 DDP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해 DDP 개관을 앞두고 설계자인 자하 하디드와 특별대담(디자인 2014년 4월호)을 진행한 자리에서 "동대문운동장 터는 수많은 기억이 담긴 소중한 장소"라며 "DDP 개관은 이런 동대문에 또 하나의 기억을 선사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동대문에 불시착한 우주선

DDP 자체만 놓고 보면 각진 건물들 사이로 구불구불한 곡선 형태를 지녀 외계인이 타고 온 우주선을 연상시킨다. 이 곡면의 바깥 부분을 덮기 위해 총 4만5,133장의 알루미늄 패널이 사용됐다. 이 패널들은 색깔과 구멍 크기, 구부러진 정도 등에 따라 모두 다른 형태를 갖추고 있다.



동대문운동장 해체 과정에서 발굴됐던 서울성곽 쪽에서 DDP를 바라보면 또 다른 인상을 받게 된다. 서울성곽의 돌담 뒤편으로는 노출콘크리트 벽이, 그 뒤에에는 알루미늄 패널로 뒤덮인 DDP가 층층이 겹쳐 있는 모습이다. 하디드는 지난해 3월 개관식 행사에서 "이곳에서 바라보는 DDP가 가장 아름답다"고 말하기도 했다.

내부 역시 곡선으로 구성된다. 살림터 지하 2층~지상 4층을 연결하는 나선형 모양의 조형 계단은 DDP의 명소 중 하나다. 곡면시공이 가능하면서도 강도 높은 재료를 찾기 위해 석고보드에 유리섬유를 첨가한 보드로 시공했다.

논쟁 끝나지 않은 DDP

개관 1년 반 즈음 된 DDP의 실적은 성공적이다. DDP를 운영하는 서울디자인재단에 따르면 1년 만에 약 840만명이 다녀갔다. 이는 프랑스 파리 루브르박물관의 1년 관람객인 900만명에 필적하는 수치다. 하지만 송하엽 중앙대 건축학과 교수는 "서울은 유동인구가 워낙 많기 때문에 집객효과는 성공적일 수밖에 없다"며 "다만 얼마나 의미를 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밝혔다. 840만명 방문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2%의 부족한 점을 꼬집은 것이다.

2% 부족한 점은 밤이 되면 명확하게 드러난다. 이경훈 교수는 "밤에는 낮처럼 여러 활동이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조명을 받은 채 덩그러니 건물만 놓여 있다"며 "DDP 시설 자체가 도시와 분리돼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고 말했다.

이는 아직 DDP가 일상에 뿌리내리지 못한 결과로 보인다. 김연금 조경작업소 울 대표는 'DDP, 별것(별 물건도, 별문제도) 아닐 수 있다(환경과 조경 2014년 5월호)'라는 글에서 "고유한 콘텐츠 없이 스펙터클한 경관은 관광객에게 목적지가 될 수 있지만 일상의 흐름에서는 배제되는 텅 빈 공간"이라고 밝혔다. DDP가 과거로부터의 역사를 연속적으로 이어나가려면 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과 호흡을 맞추는 일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송 교수는 "메가스트럭처(거대건물)가 안착하기 위해서는 주변에 이끼 같은 착생식물들이 필요하다"며 "대형전시는 전시대로 진행하되 DDP 주변에서 벼룩시장 등 소소한 활동이 끊임없이 일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쇠로 뒤덮인 달팽이" "친근한 외계인"… 지구촌 곳곳 '과거와 미래 공존' 건물



"역사적 도시 안에 새로운 건축물을 짓는 것은 주변과 열린 상태로 물질적인 대화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세계적 건축가 렌초 피아노는 주변의 역사적 건축물 사이에서 달걀 모양의 지붕을 드러내고 있는 프랑스 파리 파테재단(Pathe Foundation) 본사 건물의 독특함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지난해 완성된 파테재단 본사 건물은 흡사 쇠로 뒤덮인 달팽이나 아르마딜로를 연상시킨다. 이는 19세기 건물들 속에서 하나의 '생물체(organic creature)'처럼 보이기를 원했던 피아노의 의도가 그대로 담긴 결과다. 물결치는 모양을 지녀 앞뒤·옆 어느 곳에서 보더라도 다른 모습을 띠며 곡면을 감싸는 유리와 그 위의 쇠 패널 덕에 외부 빛을 충분히 건물 안으로 끌어들인다. 파리의 고풍스러운 건물들과 동떨어졌다는 눈총과 동시에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오스트리아에도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곳이 존재한다.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제2의 도시 '그라츠'에 지난 2003년 지어진 '쿤스트하우스 그라츠'가 주인공이다. 대표적 '페이퍼아키텍트(paper arhchitect)'인 피터 쿡이 설계한 만큼 설계안부터 압도적 반대에 부딪혔다. 페이퍼아키텍트는 실제로 지어질 건물보다 실험적이고 파격적인 아이디어를 도면상 시도하는 건축가를 지칭한다.

쿤스트하우스 그라츠는 등에 촉수가 달린 외계인을 연상시킨다. 밤이 되면 건물 정면 외벽에서 1,000개의 전구 빛으로 만든 이미지가 끊임없이 움직인다. 초기의 반대 여론과 달리 그라츠 시민들은 이 독특한 현대미술관을 '친근한 외계인'으로 부르며 관광청에서도 '역사와 미래의 만남'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경훈 국민대 건축학부 교수는 자신의 저서 '못된 건축'에서 "건축이 시대의 정신과 기술에 충실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권경원기자 naher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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