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먹튀 논란'이 일고 있는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사진) 매각과 관련해 대응에 나섰다.
19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최근 법무법인에 IFC 매각과 관련한 법률 자문을 의뢰했다. 서울시 경제진흥실의 한 관계자는 "IFC 건물은 AIG개발이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건물을 파는 것에 대해서는 서울시가 얘기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면서도 "하지만 부지가 서울시 소유이기 때문에 매각되더라도 원래 목적(여의도 동북아 금융허브)에 맞게 활용할 수 있는 매수자를 들여오기 위해 서울시가 AIG와 논의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 등에 대해 법률적인 검토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법률 자문 결과는 이르면 이달 말께 나올 예정이다.
이번에 서울시가 의뢰한 법률 자문에는 최근 IFC 투자에 관심을 나타낸 국민연금의 매수 가능 여부와 관련된 내용도 포함된다.
부동산금융 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내부적으로 IFC 인수 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IFC의 경우 '외국인투자촉진법'에 따라 외국계 자본을 유치한 것이기 때문에 국민연금의 투자가 가능한지 확실하지 않다.
서울시 관계자는 "AIG개발의 경우 IFC를 개발하면서 외촉법에 따라 토지 임대료 등과 관련해 혜택을 받았다"며 "여기에 국내 자본이 투자할 경우 법적으로 문제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대해서도 포괄적으로 법률적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서울시가 IFC 먹튀 매각과 관련해 본격적으로 대응에 나서면서 실질적인 조치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시가 할 수 있는 역할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지난 2005년 이명박 서울시장 시절 서울시와 AIG그룹이 계약을 맺으면서 오는 2016년 1월1일부터 IFC 오피스 3개 동과 리테일몰을 매각할 수 있다는 조건만 걸었을 뿐 외국계 금융기관 유치와 관련해서는 아무런 의무조항도 넣지 않는 등 불리하게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AIG를 비롯한 외국계 기관들은 향후 법적 분쟁 발생을 고려해 철저하게 계약서를 쓰기 때문에 서울시가 실질적으로 취할 수 있는 조치는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IFC뿐만 아니라 인천 송도를 비롯해 외국계 기관과 맺은 계약 상당수에는 독소 조항들이 많이 포함돼 있다"며 "이번 기회에 그런 부분들을 한 번 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IFC 먹튀 논란을 계기로 외국계 투자가 유치에 보다 신중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한 전문가는 "맥쿼리의 경우 서울시가 지하철 9호선의 계약 내용을 변경했지만 한국을 장기적인 투자처로 보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꾸준히 투자하고 있다"며 "이와 달리 AIG개발은 한국에 투자한 프로젝트가 IFC 단 한 건밖에 없기 때문에 IFC 매각 후 한국에서 철수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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