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돌연변이'에는 세 명의 20대가 나온다. 첫 번째, 상원(이천희 분)은 사회 정의를 구현하는 기자가 되고 싶다는 꿈이 있지만, 지방대 출신이라는 변변찮은 스펙 탓에 매번 좌절하는 청년이다. 한 언론사에서 벌어진 기자들의 파업 덕분에 간신히 인턴이라는 기회의 끄트머리를 간신히 잡았다. 두 번째, 주진(박보영 분)은 예쁘고 영리한데 좀 냉소적이다. 기성세대에 대한 불만을 욕설과 함께 거침없이 쏟아내는 모습이 우리 사회를 '헬조선'이라 일컫는 일련의 무리들과 조금 닮았다.
그리고 세 번째, 이틀간 약만 먹으면 30만원을 준다는 말에 솔깃해 제약회사의 실험에 참가한 후 심각한 부작용으로 생선이 되어가고 있는 청년 박구(이광수 분)는… 잘 모르겠다. 이름마저 왠지 서러워 보이는 이 친구는 자신에 대해 잘 말하지 않는다. 왜 나에게만 이런 불행이 생기냐 울부짖을 법도 하고, 세상을 향해 분노를 터뜨릴 법도 한데 도통 그러질 않는다. 반대로 세간의 주목을 받는 스타가 됐을 때도 별로 들뜨지 않았다. 평범하디 평범한 청년 박구에게 이 상황은 그저 어색하고 난처할 뿐이리라.
모습은 변해도 내용물은 그대로인 이 청년과 달리 세상은 시시각각 변했다. 사람들은 각자의 상식에 따라 박구의 변화를 제멋대로 해석하기 시작했고, 그리하여 박구는 청년 실업의 극한 상황을 상징하는 아이콘이 되기도 했다가 대기업의 횡포에 인권을 유린당한 피해자가 되기도 했고, 때로는 기존 시스템을 전복시키려는 불순분자 취급을 받다가 급기야 악마에 쓰였다는 누명까지 쓴다.
'나는 그저 평범한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견디다 못해 잠깐 도망갔지만 머물 곳이 돌아왔노라며 털어놓는 생선인간 박구의 한숨 섞인 한마디는 마치 20대 전체의 목소리처럼 크게 울려 더욱 안타까웠다.
재기발랄한 소재에 비해 상투적인 대사나 전형적인 캐릭터, 연출이 많다는 점은 조금 아쉽다. 하지만 비교적 최근에 20대를 지나온 1983년생 감독이 생선의 얼굴을 빌려 들려주는 공감과 위로는 꽤 따뜻했다. 무엇보다 단 한 번도 진짜 얼굴을 보이지 않는 역할을 소화하기 위해 촬영 내내 무거운 생선 분장을 하고 고군분투한 배우 이광수의 진심 어린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영화는 제값을 한다. 22일 개봉. /김경미기자 km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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